사후 재산관리 가능…맞춤형 기능 추가
박현정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팀장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음을 두려워하라”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길을 열다’란 책에서 이같이 말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잡스 또한 ‘만약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과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라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이라고 그 중요성이 다를까.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기 위해 상담을 진행했던 80대 중반의 박순미씨 생각이 난다. 박씨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둘, 손자·손녀 5명을 두고 이다. 첫째 딸과는 남편 유고 시 상속 재산 분배문제로 시끄러웠는데, 그 이후 왕래가 줄어 소원한 터였다. 박씨는 최근 지역복지센터를 통해 ‘엔딩노트 체험수업’ 을 받았다고 한다. 엔딩노트 작성 요령은 크게 이렇다.
①본인의 병력과 다니는 병원, 먹는 약의 종류와 주기를 기록하고 보관장소를 적는다.
② 간병을 희망하는 장소와 간병비지급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다.
③큰 병 걸렸을 때 여명기간은 의사의 판단을 알려주길 원했다.
④ 연명치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등록기관도 적었다. 연명의료판단은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하기위해 보건복지부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를 작성해놓은 것이다.
⑤마지막 삶을 보내고 싶은 장소는 자택과 호스피스를 병행하기로 체크했다.
⑥장기기증은 각막을 기증에 체크하고 등록증 보관 장소도 기록했다.
⑦상조는 가입한 상조회사명, 전화번호를 적고 불교식으로 원했다.
⑧장지는 남편이 묻힌 납골당에 함께 봉안하길 기록했다.
⑨장례식을 주관해야 할 사람으로 큰아들을 적었고 장례식때 알릴 명단을 학교별 친구들과 지인으로 구분하여 작성했다.
⑩상속재산분배는 금융기관을 통해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설계를 했고 계약한 지점명, 전화번호, 절차를 적었다.
엔딩노트를 가져온 박씨는 마지막 항목에 따라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했다. 유고가 발생하면 살던 아파트는 자녀에게 3분의 1씩 분배하고 손자녀 5명에게는 남은 금전에서 각각 10%씩 분배하길 원했다. 손주에게 재산을 주고자 자녀들에게 구두로 의사를 남겨도 사후에는 전달되지 않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본인의 재산을 사후에 손자녀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어했다. 증여해줘도 되지만 어린 나이에 재산은 독이 될 수 있고, 증여해버리고 나면 노후에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 지 모를 일이었다. 생전에 증여하고 큰돈이 필요할 때 난처해하기보다는 금전은 자신을 위해 온전히 쓰여지길 원했다.
박씨의 요구사항에 따라 상품 내 기능을 추가한 것도 있었다. 케어가 필요한 간병 상태 등에 처할 경우 병원비는 물론 요양비, 간병비, 생활비 등에 대해 수탁자인 금융기관이 직접 지급처리를 맡아주는 기능을 넣었다. 유언대용신탁은 박 씨 유고시 손자녀들이 각자 금융기관을 방문해 직접 상속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남겨준 재산을 찾아갈 때 할머니를 평생 기억할 것이다. 마음을 전달하는 최적의 분배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씨는 생전케어부터 죽고 난 뒤 손주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수단으로 신탁을 활용해 본인의 엔딩디자인을 완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