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조건 완화·채권단 추가지원' 카드 꺼내들어

HDC, 승자의 저주 우려…인수무산 입장 확고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1조원 깎아주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인수 지분을 낮춰 자금부담을 줄여주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만남은 1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 올스톱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반영해 인수가 인하 등 다양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격을 1조원 깎아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 외부로 알려졌다. 항공업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기 때문에 눈물의 파이어 세일(fire sale·급매)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가 인수하는 지분율을 낮춰 인수금 부담을 줄여주는 조건이었다고 딜 관계자들은 전했다.

즉 당초 HDC현산은 2조101억원을 투자해 지분 61.5%를, 미래에셋대우는 4899억원을 들여 지분 15%를 갖는 등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총 2조5000억원으로 76.5%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었는데, 여기서 인수 지분을 45.9%로 낮춰 1조5000억원만 부담하는 구조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매각 측에서 인수 측을 위해 인수 조건을 완화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그러나 HDC현산 입장에서는 인수자금 부담 완화에도 인수 후 조 단위 자금 투입이 불가할 것으로 보고 인수 무산으로 입장을 정리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업황이 회복되는데 최소 2년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그룹까지 위태로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의 어떤 조건에도 인수 철회 입장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악화와 부채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만 순손실이 6300억원에 이르렀고 부채비율은 2291%까지 치솟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인수 조건 완화, 채권단 추가 지원 등의 제안이 딜 성사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만큼 HDC현산이 입장을 정리한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