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율 108.1%…역대 최고 ‘뜨거워’
경매 물건은 51건…평월 절반수준
서울 법원 경매 25일 종료…‘2주 휴정’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경매5계.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123㎡(이하 전용면적)가 경매에 나와 16억85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5억4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직전 경매에선 응찰자가 한명도 없어 유찰됐는데, 이날엔 17명이나 몰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4%까지 올라갔다.
이날 이 법원에선 다른 두건의 아파트 경매가 더 진행됐는데, 일부 지분만 경매 대상인 ‘지분매각’이거나 특수권리분석이 필요한 ‘대지권 미등기’ 물건이어서 큰 관심을 끌진 않았다. 지분매각 대상인 합정동 ‘펠리스아스빌’ 33㎡에만 1명의 응찰자가 입찰해 낙찰가율 100%(낙찰가 1억87000만원)를 기록하며 경매를 끝냈고, 대지권 미등기 물건은 유찰됐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경매를 끝으로 8월 서울 법원 경매는 모두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심각해지면서 법원에 2주간 휴정권고가 내려져 서울 법원 경매는 내달 5일까지 모두 취소됐다. 9월7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첫 경매 일정이 잡혀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휴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9월 경매 시장은 지난 3월과 비슷한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지난 3월 서울 법원 경매시장은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휴정해, 단 1건만 낙찰 사례가 있었다.
이날 마무리된 서울 아파트 경매 지표를 보면 두 가지 점이 특징이다.
일단 평균 낙찰가율이 108.1%로 ‘역대 최고’로 높다. 8월 서울에서 경매를 진행한 모든 아파트가 감정가에 비해 평균 8% 이상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특징은 경매 물건 급감 현상이다. 8월 서울 아파트 경매 건은 모두 합해 51건에 불과하다. 서울 경매시장은 보통 월 100건 전후 경매가 진행되는데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낙찰가율 상승이나, 경매 물건 급감 현상은 주택시장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매매시장에서 집값이 뛰니 경매시장에선 응찰자들이 향후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감정가보다 높게 입찰하면서 낙찰가율이 치솟는다. 매매시장에서 비싸게 거래할 수 있으니 채권자들은 굳이 경매시장으로 넘기지 않아, 경매 물건은 줄 수밖에 없다.
경매시장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다. 강력한 세금 규제와 대출 규제로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무조건 응찰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매매시장처럼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뚜렷하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인기 높은 물건엔 변함없이 사람들이 대거 몰린다. 예컨대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감정가 7억8500만원인 강서구 등촌동 ‘아이파크’ 134㎡엔 32명이나 응찰했다. 낙찰가율은 10억3200만원으로 10억원을 넘었다.
강남권 아파트 인기는 여전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강남구 삼성동 ‘아셈’ 109.3㎡와 서초구 우면동 ‘엘에이치서초5단지’ 85㎡는 각각 130%(감정가 12억5000만원, 낙찰가 16억3000만원), 125%(감정가 9억400만원, 낙찰가 11억3100만원)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삼성동아셈의 경우 응찰자가 17명이나 됐다.
오명원 지지옥션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경매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투자수익만을 고려해 무작정 응찰하지 않는다”며 “실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입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고가낙찰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경매시장에 물건도 많지 않아 희소성이 크다고 봐서다. 경매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매시장보다 매매에 유리한 점도 있다.
다만,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주택을 매물로 내놓기 시작하면 경매시장 분위기도 급변할 수 있다. 오명원 연구원은 “연말 정도엔 경매시장에도 다주택자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