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세태를 보다 문득 과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내 탓이오’ 운동이 떠올랐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1988년 시작한 이 운동은 사회 윤리 등의 타락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나부터 먼저 나서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1990년대 자기 희생의 상징이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승용차에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이자, 이 운동은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산됐다. 당시 해당 스티커는 골목길이나 주차장에 서 있던 승용차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의 원인 중 하나로 정부와 여당은 일제히 법원의 ‘광화문 집회’ 허가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목소리로 법원을 비판했다. 정 총리는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법원의 집회 허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매우 안타까운 판결”이라며 “잘못된 집회 허가 때문에 방역 조치가 다 무너졌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추 장관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관련 질의에 “사법당국도 비상한 상황을 책상에 앉아서만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같이 협조할 때는 협조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사실상 ‘2차 대유행’이 광화문 집회만의 탓일까. ‘실축’에 대한 책임에서 정부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전국 곳곳에서 교회발(發)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졌던 지난 7월 24일 정부는 2주 만에 ‘교회 방역 강화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정규 예배를 제외한 교회의 소모임과 각종 행사가 정상화됐다. 이것이 ‘사랑제일교회 집단 감염’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우리 국민의 외식·숙박비를 지원해 주는 ‘대국민 소비진작 캠페인’까지 벌였다. 지난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감염병의 발호는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권력을 정부에 위임한 것이기에 정부는 ‘비상한 사태’에 먼저 고개 숙일 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이던 2015년 6월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메르스 슈퍼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다”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의 탓을 먼저 하는 목소리는 유감스럽게도 쉽게 들리지 않고 있다. 정 총리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국민의 코로나 대응에 혼선을 끼쳤는데, 유감을 표명할 생각은 없느냐’는 배준영 미래통합당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결과적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한 정도 외에는 찾기 힘들다.
“내 탓이오”를 외쳤다고 해서, 1990년대 당시 김 추기경과 천주교 신자들을 탓했던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누구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집회에 대한 잘잘못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 전에 스스로 허물을 알고 먼저 성찰할 때, 국민도 방역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보다 강한 신뢰를 보내지 않을까.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