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레지던트 4년차부터 무기한 파업
종합병원들, 진료·수술 일정 연기 조정
장기화 땐 코로나19 의료공백 불가피
정부 “집단행동 중단하면 정책추진 유보”
21일부터 전공의들을 시작으로 의료계가 순차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인턴·레지던트 등 1만명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기는 20년 만이다.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에 의대 교수들도 적극 지지하고 나선 데다 개원의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턴·레지던트 4년차부터 순차적으로 파업=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21일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은 지난 7일 집단 휴진, 14일 대한의사협회의 1차 전국의사총파업 참여에 이어 세 번째다.
대전협에 따르면 이날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22일에는 3년차 레지던트, 23일에는 1·와 2년차 레지던트가 각각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관계없이 이날부터 모두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파업은 지난 7일 하루 만에 끝난 파업과 달리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다.
전공의들은 병원 내에서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 병원 내 핵심 의료인력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의사 1800명 가운데 500명이 전공의다. 파업이 무기한 이어질 경우 진료 및 수술 등 의료행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주요 종합병원들, 진료·수술 일정 조정=이에 서울시내 주요 대형 병원들은 이날 예정돼 있던 수술을 연기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응작업에 분주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등의 예약을 줄였고, 삼성서울병원은 급하지 않은 외과수술은 연기했다. 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마취과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수술 건수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취과 전공의는 수술 중 마취업무를 보조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는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술 시 정말 필요한 인력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수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마취과 전공의 부재에 따라 30여개 수술방 운영을 일부 감축하면 수술 역시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운영 축소 등의 상황도 가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일부 전공의가 배치되는데 전공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선별진료소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전협은 단체행동 중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선별진료소 등 방역 인력이 필요한 곳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응급실·중환자실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력은 파업에서 빠지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파업에 필수 유지업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턴 중에서 필수 이수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인턴도 당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대전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부 정책에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무기한 파업 이후 전문의 시험 거부 선언, 사직서 작성 등에도 나설 예정이다.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는 의협의 2차 총파업에도 동참한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에 반대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