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편법대출 조사 하세월
“150건 중 실제 입증 가능한 건 소수”
행정력 낭비에 효과 미미하단 지적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감독원을 모태로 한 ‘부동산감독원’ 설치가 추진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2월 발표된 ‘합동조사팀’의 편법대출 결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편법 증거를 제대로 마련치 못했기 때문이란 설명인데, 일각에선 당시 발표가 ‘시장 엄포용’이었으며 소수의 편법 사례를 과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2차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발표한 편법대출 의심사례 150여건에 대해 아직 조치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집값이 상승하자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감원 등이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진행한 조사다. 지난해 8~10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4만5000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1차 59건, 2차 94건의 편법대출 의심사례와 1000여건이 넘는 탈세 의심사례를 찾아냈다. 의심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출이 회수된다.
금감원은 편법대출 의심사례를 합동조사팀으로부터 넘겨받아 개별 금융사를 통해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장 검사가 어려워 조사가 지연된 측면이 있고, 시세 및 실거래가 자료 등 자료 조사와 당사자 소명 등을 거쳐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150여건의 의심사례 중 편법이 사실로 확인되는 건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마치 시장에 편법과 투기가 만연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증거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몇 건 되지 않는 편법 대출을 잡기 위해 범부처가 동원돼 몇달간 조사를 벌이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실제 편법으로 확인되더라도 대출 회수가 지연되면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대출로 집을 산 지 1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이용한 수익을 상당히 거뒀을 것이란 것이다. 이미 수익을 볼만큼 보고 집을 판 뒤에 대출을 회수하게 되면 단속 성과로도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은 편법 대출 엄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회사의 대출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위반사례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월부터는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는 금감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부동산시장 감독 기구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