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생애주기별 주택브랜드 발표
-3040위한 지분적립형 주택
-패닉바잉 멈추기엔 공급 속도·공급량 부족해
-연금형주택사업, 60세 이상 기존주택 매각 저항감 있을 것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정부가 ‘8·4공급대책’을 통해 사업 계획을 공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의 세부 계획이 나왔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사장은 12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포함한 SH 신규 주택 브랜드와 세부 공급 계획을 공개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은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로 구분한 게 특징이다. 생애주기에 맞춰, 각기 다른 형태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건 3040세대를 위한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인 ‘연리지홈’이다. 주택지분을 장기간 분할 취득해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유형이다. 정부가 8·4공급대책에서 처음 공개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지원 방안이다.
SH공사는 이날 5060세대를 겨냥해 ‘연금형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인 ‘누리재’와 2030세대의 창업지원을 위한 주거시설인 ‘에이블랩’ 공급 계획도 내놨다.
▶“차라리 대출 받지” 20~30년 한 집서 지분 늘려갈까?=먼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김세용 SH공사 사장이 취임 이후 서울시와 함께 오랜 기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연리지홈’이란 브랜드로 공급하기로 했다. 향후 2028년까지 1만7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한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 현상에 빗대 시민과 SH가 함께 만드는 주택 브랜드를 표방한다.
문제는 수요 대상으로 정한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포심에 따른 매수)을 막기에 공급량과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빠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SH공사 소유의 미매각부지는 강서 마곡, 송파 문정 등을 포함해 4만1600㎡ 가량으로 약 2200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상암DMC 등 서울의 유휴부지나 공공시설 복합화 사업은 정책 조정 기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과 같은 형태의) 공유형 주택은 대세가 될 수 없는 방식”이라며 “지분형으로 할 거면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완벽하게 소유권을 갖고 원금을 갚아가는 구도로 가는 게 더 깔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매 기간도 너무 길다”면서 “주택 소유 후 생애 주기 동안 이사를 가야 하는데 20~30년을 한 집을 고집한다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소유권 없이 공공임대 들어가 연금, ‘누리재’ 쉽지 않을 것=새로 나온 개념인 연금형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누리재’도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누리재란, 노후 주택을 보유한 60세 이상 집주인이 기존주택을 공공에 매각한 후 해당 부지에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착하면서 매각 대금에 이자를 더한 값을 10~30년 간 연금처럼 분할 수령하는 모델이다.
SH공사는 지난해 SH도시연구원에서 실시한 50대 이상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 소유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노후준비가 부족하다’, 67%가 ‘상황에 따라 주택을 처분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에 착안해 이 같은 주택브랜드를 선보였다.
이에 자산평가액이 2억7700만원인 집주인이 30년 연금형 선택시,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선공제한 후 66만~77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소유권이 없어지는 데 대해 찬성하는 이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라면서 “특히 점차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주택연금과 비교해 어떤 이점을 가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종료 시점까지 받은 연금이 해당 시점 주택 매각 가격보다 적으면, 잔여 대금이 상속인에게 반환된다. 반면 ‘누리재’는 소유주택을 공공사업자에게 매각하기 때문에, 상속이 불가능하다.
▶투자 말고 거주 개념으로 바꾸려면, 시장 안정화가 우선=SH공사는 이날 2030세대를 위한 주택 브랜드도 발표했다. 종전 신혼부부 대상 주택브랜드인 ‘청신호’를 포함해 청년 창업도전을 위한 ‘에이블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블랩은 앞서 1인 창조기업 및 예비창업자를 위한 창업지원 주택인 ‘도전숙’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2014년 성북구를 시작으로 10개 자치구에 563호의 도전숙이 조성된 바 있다. 입주자는 최장 6년까지 거주하며 창업에 나설 수 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이날 신규주택브랜드 발표를 마치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공주택 모델 구축 및 8·4 부동산 대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서울시·정부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투자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 가져가려는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공공에 기댄 공급안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분적립형이나 연금형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 공공을 통한 공급이 성공하려면 먼저 주택시장 안정화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미래의 주택 가격이나 이자율에 대한 안정적 예측이 가능해야 수요자들이 참여할텐데, 정책과 시장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안고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