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평 보고서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코로나19 이후의 시장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의 생존전략은 이자이익, 특히 담보대출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펴낸 ‘코로나19 이후 금융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를 경험한 이후의 금융권 전망과 과제를 짚었다. 실물경제 타격, 초저금리 기조가 뒤섞인 시장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생존전략을 제시했다.
▶반등 못하는 금융주…“전망 어두워” = 보고서는 기본적으론 금융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둡다고 전제했다.
근거는 주식시장에서의 금융주(株) 추이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자 국내 증시는 깊은 골짜기로 떨어졌다. 이후 한국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지수 자체는 ‘V자’ 회복에 성공한 상태다.
다만 업종별로 처지는 엇갈린다. 앞으로 산업전망이 밝은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업종은 크게 반등했으나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주는 떨어진 가격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평 금융평가본부장은 보고서에서 “금융업 미래에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건 저금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출금리가 단계적으로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폭이 좁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단 은행에만 해당하는 얘긴 아니다. 증권업도 이자 하락은 반갑지 않다. 단기적으론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권으로 이동하며 트레이딩 수익이 커지지만, 금리가 낮아질대로 낮아진 마당에선 캐리이익(채권 보유에 따른 이익)이 낮아져서다. 게다가 글로벌 실물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투자위험이 높아지고 증권사의 수익성도 덩달아 출렁일 수 있다.
▶돈 버는 구조 바꿔야 = 보고서는 우리보다 앞서서 ‘제로금리’ 환경에서 생존법을 터득한 미국 금융사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 4대은행(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시티뱅크)의 지난해 NIM은 3.1%로, 국내 6개 시중은행 평균(1.7%)을 웃돈다.
한-미 은행의 수익성 차이는 수익구조에서 비롯된다. 미국 상업은행들은 비이자이익, 신용대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84.8%로, 미국 상업은행 평균(62.7%)보다 높다.
게다가 대출의 성격도 다르다. 국내 은행의 총여신에서 담보·보증대출이 72.6%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 주요은행들은 신용대출 비중(63.8%)이 더 높다. 통상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낮다.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은행들로선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본부장은 “종합적으로 미국의 은행은 사업구조가 좀 더 분산돼 있고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비중이 더 크다”며 “초저금리 시대에도 수익성을 내는 배경”이라고 했다.
결국 앞으로 은행권의 수익 창출력은 ‘수익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과 국내 은행들도 절절하게 공감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은행을 거느린 대형 금융지주들은 수익원 다변화를 추진했다. 펀드 등 투자상품 취급 확대, 비은행 계열사 강화 등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은행들이 판 사모펀드에 잇달아 문제가 생겼고, 코로나19 국면에서 인수합병(M&A)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 처지다.
시중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은 “비이자수익을 서둘러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라고도 볼 수 있다”며 “조급증을 버리고 내실을 다지면서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