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논란 끝에 전직 비서 ‘피해자’로 용어 통일
“윤리규범·시민단체서 사용” vs “뒤늦은 꼼수”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더불어민주당은 결국 논란 끝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한 호칭을 '피해자'로 통일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여전히 이를 두고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호칭을 피해자로 통일하기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의 호칭 사용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까지 “고소인을 법적 피해자로 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헌·당규 윤리 규범 제14조에 따르면 성희롱·성폭력을 규정하는 부분에 ‘피해 호소인’을 지칭하는 부분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 ‘왜 이번 사건만 놓고 그러느냐’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피해 사실이 조사나 수사를 통해 확정되지 않았을 때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오랫동안 써왔다”라며 “윤리규범에 나와있을 뿐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수년 전부터 써왔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서울 모 사립대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 당시 해당 대학교 여학생위원회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21대 총선 과정에서 영입 인재였던 원종건 씨에 대한 ‘미투’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피해 호소인’을 사용했다.
전직 여성단체 관계자 역시 이날 통화에서 “진보 진영에서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성범죄 사안에 피해 호소인·가해 지목인이란 용어를 써왔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박 전 시장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꼼수를 부리다 돌아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때는 피해자라고 지칭했다”라며 “이번에는 그렇지 않고 있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돌아선 듯한 모양새를 보여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는 것마저도 이렇게 힘들다”고 꼬집었다.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지난 15일 BBS 라디오에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사용한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단어를 듣고 아연실색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