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확장법 232조로 보복강화
바이든 “원산지 규정 강화할 것”
현대기아차 현지 생산 우려속
현대제철 수출에 차질 불보듯
미국 내 최대 철강산업 노동단체가 미국산 철강을 60% 이상 사용한 자동차만 미국산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했다. 또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한 강력한 무역보복조치도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 간 고조되고 있는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 자동차와 철강 산업으로 튀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미철강노조(USW)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에 “미국에서 조강 생산과정을 거친 철강제품을 60% 이상 사용한 자동차만 미국산으로 인정하도록 여러 무역협정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미국산 자동차에 사용되는)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에서 처음부터 생산돼야 ‘미국산(Made in the USA)’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USW는 철강은 물론, 타이어, 유리, 고무 등 다양한 업종을 대표하는 최대 산별노조다. 86만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어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익단체 중 하나다.
USW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소재와 부품은 자국 내에서 조달해 미국의 전체 고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무역협정 역외 국가 기업이 허술한 원산지 규정을 이용해 고용과 생산 효용을 갉아먹고 있다”며 무역장벽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다시 발발하면서 미국 정치권과 노동계에는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이같은 요구를 키운 요인 중 하나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에 특혜를 주는 반면 미국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WTO 체제를 탈피해 개별 국가와의 1대1 협상으로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빌미로 홍콩의 경제적 특별지위를 박탈하려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마저 “무역확장법 232조와 다른 관세를 이용해 우리 노동자를 지원하고 중산층을 키울 것”이라며 공세적 보호주의를 예고했다. 중국과 다른 무역 상대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무역협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고율의 관세와 수입량 제한을 통해 보복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이 비단 중국 뿐 아니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라는 USW의 요구가 미국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와 철강업계의 생산 및 판매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물류 비용과 관세 등 생산과 판매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연 30만대 가량을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전체 미국 시장 판매량의 약 40%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강판은 그룹사인 현대제철이 국내 제철소에서 생산된 냉연강판을 앨라배마 차강판 가공센터에서 가공해 공급한다. 이렇게 생산된 차 강판을 사용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는 미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가 면제된다.
원산지 규정이 개정되면 현대기아차는 철강제품을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 대신 US스틸 등 미국 철강사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철강사들의 기술력이 국내 철강사에 미치지 못해 현대기아차가 요구하는 경량화와 강도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원산지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크다. 현대기아차 제품이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미국 판매량이 줄어들 경우 자동차 부품과 철강 제품의 수출 역시 동반 추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으로 215억7370만달러의 자동차 부품과 13억9356만달러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다. 원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