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민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현행법은 법정대리인 청구 없으면

소멸시효 기간 지나 구제 불가능

법조계 “실효적 권리구제 고무적”

추 법무장관 특별주문 강조 반영

법무부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이 성년이 된 이후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민법은 미성년자가 성폭력 등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와 관련한 별도의 소멸시효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피해자가 아닌 부모를 비롯한 법정대리인이 소송을 낼 수 있고, 피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거나 피해 발생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때문에 법정대리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해 당사자인 미성년자는 나중에 소송을 낼 수 있는 성인이 되더라도,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구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법무부는 미성년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스스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달 30일 새로 임기를 시작하고 다음 달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에서 입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법을 비롯해 일괄적으로 입법예고된 법안들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상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21대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킬 수 있도록 법제처와 협의를 통해 ‘테이블’에 올려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 등 성적 침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손해배상 청구에 반영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며 “미성년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취지란 점에서 고무적인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만큼 21대 국회에선 개원 후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18년 6월 같은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후 같은 해 8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기만 했을 뿐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상황에서 법무부의 신속한 조치는 추미애 장관이 성범죄 사건에 대한 엄정 대응과 함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를 특별 주문하며 강조하는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추 장관은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이른바 ‘박사방’, ‘n번방’ 사건이 알려진 후 여성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을 만나 제도 정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신종 성범죄 유형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엄정한 처벌은 물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법무부 차원에서 그동안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반성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최근 법무부는 성매수에 연루된 미성년자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돼 형사 입건 대상이 됐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피해자’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성매수 대상이 된 미성년자가 자발적 성 매도자인 피의자로 취급되면서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이 역시 추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