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침체기엔 으레 등장하는 ‘틈새 재테크’ 정보가 있다. ‘어려울수록 랜드마크를 노려라’ ‘침체기에 강한 소형 아파트’ ‘하락기엔 새 아파트가 답’ ‘그래도 역세권 아파트는 뜬다’ 같은 유형이다. 이들은 실수요는 물론 임대 수요도 많아서 경기 불황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그럴까.
일반적으로 주택경기 사이클상 서울 아파트값 하락기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하반기부터 2013년 말까지라고 한다. 이 중 실제 연간 기준 집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이다. 이 시기 실제 가장 안정적인 집값 흐름을 보인 주택 유형은 무엇일까.
일단 랜드마크 단지는 주택시장 침체기 하락폭이 더 컸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평균 이상 하락했다. 관련 지표가 있다. KB국민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KB50지수)’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강남 은마아파트, 송파 잠실주공5단지 같은 랜드마크 중 랜드마크 50개 단지를 해마다 뽑아 시가총액 변동률을 조사한 지표다.
이 지수는 2010~2013년 4년 내내 서울 아파트 평균 하락폭보다 배 이상 떨어졌다. 2012년의 경우 서울 아파트 시세가 평균 4.48% 하락했을 때 KB50지수는 10.32% 폭락했다. 랜드마크 단지들이 집값 상승기 평균 이상 올랐던 영향이다.
그런데 랜드마크 단지는 집값 반등 시점에 가장 먼저 치고나가는 것도 사실이다. 2014년 서울 아파트가 소폭(1.09%) 상승세로 전환했을 때 KB50지수는 단숨에 5.1% 뛰면서 주택시장의 시세 상승을 이끌었다.
‘침체기에 소형 아파트가 뜬다’는 건 맞는 말일까.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집값 하락기 아파트 크기별 시세 변동률을 보면 유일하게 오른 아파트가 ‘소형(40㎡ 이하)’이다. 통계청 ‘규모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변화’ 자료에 따르면 소형 아파트는 3.3㎡당 2009년 12월 1792만원에서 2013년 12월 2143만원으로 19% 올랐다. 같은 시기 ‘중대형(85~135㎡)’은 2131만원에서 1728만원으로 19% 내렸고, 대형(135㎡ 초과)은 2722만원에서 2194만원으로 24%나 빠졌다.
‘거래절벽기’라는 올해도 소형은 선전하고 있다. 올 4월 서울 소형 아파트는 지난해 말 대비 2.2% 올라 대형(0.87%)·중대형(1.84%)·중형(2.07%)보다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형은 상승기에도 시세 흐름이 좋다. 가족 규모가 1~2인으로 변화하면서 소형 아파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침체기 소형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은 실제로 틀린 말이 아니다.
‘어려울수록 새 아파트가 뜬다’는 건 맞을까? 한국감정원이 주택 연령별 시세자료를 내놓은 것은 2012년 1월부터다.
이 지표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2년간 하락기에 가장 안정적인 시세 흐름을 보이는 아파트 연령대는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다.
이 지수는 2017년 11월을 100으로 기준 삼아 과거부터 현재까지 월별 변동을 정리했다. 10년 초과~15년 이하 지수는 2012년 1월 94.0에서 2013년 12월 89.2로 4.8포인트 떨어져 가장 선전했다. 이제 막 입주한 5년 이하 새 아파트는 같은 기간 98.1에서 90.7로 7.4포인트 하락했고, ‘20년 초과’는 91.5에서 82.3으로 9.2포인트 급락했다. 5년 초과~10년 이하는 같은 기간 94.2에서 88.3으로 5.9포인트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이제 막 입주한 단지 상승폭은 별로 크지 않다. 침체기엔 오히려 미입주 가구가 늘어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새 아파트이어도 5년이 지나 단지 주변 여건 등이 활성화되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역세권 아파트가 침체기에 강하다’는 말은 적어도 서울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조언은 아니다. 서울 전 지역이 웬만하면 역세권이어서다. 서울엔 1~9호선에만 437개 역이 있고, 경의선 56개, 분당선 37개, 신분당선 13개 등이 교차한다. 역 주변 반경 1㎞ 이내 구간을 역세권이라고 한다면 지하철역 400개만 따져도 서울 전체 면적(605.2㎢)의 배인 1256㎢가 역세권이다. 서울에선 같은 역세권도 ‘더블’ ‘트리플’ 등 몇 개 역이 중첩된 곳이거나 직장 배후 수요 등 다른 요인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