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제 전환 이후 택배산업 급성장
국민건강권 확보·방역 강화 목소리
52시간·탄력근로제 기업활동 ‘애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와중에도 우리나라에선 텅빈 판매대, 마트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과 같은 사재기의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미국, 그리고 침착하기로 소문난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던 사재기 풍경을 ‘남의 일’로 바꾼 당사자는 다름 아닌 택배 시스템이었다.
‘총알배송’,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대변되는 빠르고 촘촘한 우리의 택배 시스템은 사실 과감한 규제 완화에 의해 탄생한 서비스다. 1997년 기업활동규제완화에관한특별조치법(기업규제완화법) 개정으로 택배차 번호판 발급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됨에 따라 우체국에만 허용되던 소포배달이 민간기업에 개방되며 택배 산업은 급성장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와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생필품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과감한 규제 완화는 국민들의 일상은 물론 생사까지도 가를 변수가 된다. 그리고 코로나19는 또 다른 규제의 벽을 허무는 데 대한 화두를 사회 곳곳에 던지고 있다.
당장 철옹성 같던 원격의료 장벽 철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원격의료는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라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 허용되고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의약품 원격조제 및 배달 판매는 금지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으나 사실상 권고에 그치면서 의료진의 참여율이 낮았다.
하지만 원격 의료는 미국과 중국 등에선 이미 자연스러운 서비스다. 중국은 알리헬스 앱을 통해 매일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원격 진료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국민의 약 25%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이번 계기로 국민 건강권 확보와 방역 역량 강화를 위해 원격의료의 한시적 실시 후, 본격적인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지지부진하던 경직적 노동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또한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의 어려움과 3개월에 묶인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코로나19 와중에 기업들에 적잖은 애로를 가져왔다.
현재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주52시간 근로시간의 연장 신청이 가능하지만,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의 사유가 협소하고 특별한 사유 입증에 불확실성이 커 활용에 애로를 겪었다. 실제 업무량 증가 요건의 경우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적으로 증가한 경우로서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되는 경우’로 돼 있다. ‘통상적’, ‘대폭적’, ‘단기간’, ‘중대한 지장’ 등 불명확한 용어로 가득하다.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에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또한 코로나19속 한계를 노출해 왔다. 현재 3개월에 묶인 단위기간 연장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