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대왕은 묘한 꿈을 꾼다. 몸이 휙 치솟았다가 이내 훅 떨어지고, 돌연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땀을 뻘뻘 흘릴 만큼 무덥더니 온몸이 덜덜 떨릴 만큼 추워졌다. 잠에서 깬 멸치대왕은 가자미에게 ‘꿈풀이꾼’ 망둥이를 모셔오라 명한다. 망둥이는 “멸치대왕이 용으로 승천할 꿈이옵니다”라고 고한다.
고된 심부름에도 멸치대왕으로부터 어떤 치하도 받지 못한 가자미는 심통이 잔뜩 나 있던 터. 망둥이의 꿈풀이에 가자미는 박장대소하며 “함박눈이 곧 소금이고 덥고 추운 건 불판에서 뒤집히는 형국이니 멸치구이가 될 꿈이올시다”라고 고한다. 이에 멸치대왕은 가자미 뺨을 내리치고 이후 가자미는 눈이 돌아가 한쪽으로 눈이 쏠린 채 살았다.
전래동화 ‘멸치대왕의 꿈’ 줄거리다. 이 동화가 흥미로운 건 듣는 이에 따라 다양한 교훈이 나온다는 데에 있다. 고용주 관점에서는, 직원의 숨은 노력을 온전히 헤아려줘야 한다는 교훈을 줄 것이며, 지도자 관점으로는, 충신과 간신을 구별할 줄 아는 리더의 덕목을 떠올리게 한다. 망둥이 관점에서는, 시샘으로 남에게 악담을 내놓다간 결국 눈이 돌아가더라는 교훈도 있겠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포인트는 같은 팩트를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 그러면서도 두 해석 모두 그럴싸한 상황이라는 난감함에 있다. 꿈 자체는 팩트다. 이를 두고 망둥이는 멸치가 용이 될 꿈이라 하고, 가자미는 멸치구이로 죽을 꿈이라 한다. 두 해몽 모두 나름 논리가 탄탄하니 판단이 어렵다.
요즘 코로나 증시가 이렇다. 증시 상황 자체는 팩트인데, 이를 둘러싼 전망과 해석은 마치 용과 멸치구이만큼 간극이 크다. 5월 증시 전망을 두고 일부 증권사는 코스피 상단을 2000선까지 열어뒀다. 코로나19 사태가 바닥을 치고 글로벌 경기 부양이 탄력받으면서 5월은 상승장일 것이란 논리다.
동시에 코스피가 1700선까지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론은 성급하다는 게 골자다. 실물경제 타격에다가 2차 확산 우려까지 커지면서 오히려 5월 증시는 더 하락할 것이라 전망한다. 용과 멸치구이가 팽팽하게 맞서니 누구도 쉽게 확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전문가조차도 어려운 시장이다. 이럴 때 어떤 투자상품이든 “멸치구이 99% 확신” 식의 발언을 내놓는다면 의심해보는 게 당연하다. ‘99% 확신’의 결말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요는, 전문가조차 용인지 멸치구이인지 판단이 오락가락할 땐 지켜보는 게 답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확실히 개발됐는지,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회복됐는지, 급감한 경기 수요가 반등하고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보일 때 투자해도 늦지 않다.
요즘 업계에선 ‘주린이’가 유행이다. 동학개미운동에 이은 새로운 신조어로, ‘주식+어린이’의 준말이다. 새롭게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2030세대 개인투자자를 의미한다. 용돈 한두 푼이 아닌 ‘몰빵’ 수준으로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젊은층이다. 용꿈적 해석으론, 주식시장과 재테크에 관심이 급증하는 청춘쯤 되겠다. 멸치구이적 해석으론, 주린이가 ‘굶주린 어린이’의 준말 같아 걱정이다. 기성세대에 밀려 재산증식 기회조차 박탈당한 굶주린 청춘의 마지막 도박. 주린이의 해석도 5월 증시 전망만큼이나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