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회에 걸쳐 골프볼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성능을 개선해온 골프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또 우리나라가 보유한 최고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의 시장 지배력은 계속될 것인가?현재의 솔리드 코어 볼은 이전의 와운드 볼보다는 훨씬 단순한 구조이지만 단단한 코어 위에 여러 가지 다른 재질의 커버를 씌워서 3피스 또는 4피스의 볼이 생산된다. 하지만 미래에는 한 번에 찍어내는 1피스 볼이 나올 수도 있고, 커버를 한 번만 씌우면 되는 2피스 볼로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볼의 가격도 훨씬 저렴해질 수 있으며, 메이저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시장 구조를 크게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공인구 룰'이다. 구기 종목 중에서 대회의 주최측이 공인구를 제공하지 않고, 선수들이 자기의 볼을 가지고 출전하는 종목은 골프밖에 없다. 선수들은 자기 샷의 스타일에 유리한 볼을 준비해서 출전하는데, 그 볼들이 샷에 반응하는 특성이 달라서 객관적인 기량의 평가가 어렵다. 선수의 약점을 볼의 특성으로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구기종목처럼 출전하는 선수들이 누구나 똑 같은 볼을 사용하는 것이 더 공정해 보인다.
비슷한 이야기지만 또 하나는 '의도적인 비거리 축소 유도'로 살펴볼 수 있다. 코스의 길이가 짧은 역사적인 명 코스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현재 사용되는 볼의 비거리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이미 작년부터 공식화되고 있다. 영향력이 큰 잭 니클라우스나 타이거 우즈가 공개적으로 비거리 제한에 동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USGA와 R&A가 볼의 비거리 제한을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현재는 아마추어와 프로에게 동일한 장비 룰을 적용하고 있어서 빠른 결론을 내기 어렵다. 대다수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기가 플레이 하는 볼의 비거리 제한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역사적으로 골프 룰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지 않는 한 가지 룰을 적용해 왔다는 사실도 부담이 된다.예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결국 프로 단체인 PGA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 등이 짧은 비거리의 볼만을 공인구로 인정하는 로컬룰을 제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볼을 포함해 장비에 대해 프로와 아마추어가 각기 다른 룰을 적용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의 룰과 아마추어의 룰이 확실하게 갈라지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인구는 비거리만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빗맞은 볼이 더 많이 휘어지는 특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임팩트 때에 스퀘어로 맞은 볼과 헤드가 열리거나 닫혀서 맞은 볼의 결과가 크게 달라져서 헤드의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무리한 스윙을 하는 선수의 성적은 나빠질 수 있다. 스퀘어로 치지 못한 볼들은 페어웨이에 멈출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고의로 휘어지는 샷을 칠 때에는 아마추어와 확실히 구별이 되는 묘기에 가까운 기량을 보여 줄 수 있다. 이 경우에 공인구를 만드는 회사가 어디이든, 아마추어 골퍼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진다. 많은 프로가 사용하는 볼은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좋은 볼이라는 마케팅 구호도 없어진다.이런 상황이 왔을 때 메이저 브랜드들이 반발할 것이고, 결국 브랜드 별 시장 지배력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일반 골퍼용 볼의 성능 개선을 위해 새로운 딤플 패턴이나 커버용 물질을 개발하는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일반 골퍼들이 개선된 성능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현재 골프볼의 킹이라고 볼 수 있는 타이틀리스트가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가까운 미래, 프로대회에서 주최측이 티잉 구역에 공인구를 준비해 놓고 선수들이 마음대로 집어서 티 샷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박노승: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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