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접수는 무슨 요일부터?” 등 디테일하게 챙겨야

외부 HR컨설팅 자문 등 전략적 접근 필수

“노조 리스크는 상수…목표 일치시킬 방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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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희망퇴직 접수를 어느 요일부터 시작하는 게 효율적인지까지 검토했습니다. 경영, 노무뿐만 아니라 행동심리학까지, 노조와의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시각에서 고민했죠."

지난해 상반기, 치열한 입찰 경쟁을 뚫고 A사를 인수해낸 한 사모펀드(PEF)는 고민에 빠졌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해선 사업의 핵심축을 옮겨야 하는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였기 때문이다. 인사(HR) 전문 컨설팅업체로부터 자문을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자칫 협상이 틀어지면 인력 감축 시도가 사회적 이슈로 번져 경영 개선이 지연될 수 있었다. 향후 자금 회수(엑시트)가 필수적인 만큼, 노조 이슈에 따른 경영 개선 지연은 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자들을 등 돌리게 할 수도 있었다.

퇴직금을 몇 개월 치 임금으로 협상할 것인지의 고민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본격적으로 노조와의 협상에 나서기 전, 경영진 자체적으로 결단할 수 있는 것들을 실행해 협상 테이블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인 퇴직금에 더해 기존에 회사에서 누리던 복지 혜택을 어느 수준까지 제공할지 등, 노조 측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도 준비해 적절한 시기에 제시했다.

결국 노조 내에서 '이번 희망퇴직은 잡아야 할 기회'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물론 회사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비 절감과 경영 전략 변화로 일으킬 수 있는 '플러스 효과' 2년치면 이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경영진은 기대하고 있다.

인수 후 밸류업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례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산업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코로나바이러스 영향까지 겹쳐, 향후 수 년 자동차나 조선기자재 등 업종에서 구조조정 M&A가 쏟아질 수 있다"며 "특히 이들 업종에 속한 노조가 강성으로 알려져있는 만큼, 노조 리스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지가 PEF의 주요 역량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마무리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성동조선해양 인수 건이 이같은 역량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중견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주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2010년 채권단의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8년에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이후 세 차례 매각이 무산됐고, 지난해 10월 진행했던 네 번째 시도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투자 제안을 받은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성동조선해양 노조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노조 소속이라는 점 등에 주목, 기업 정상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 상경시위가 이어졌다는 점도 우려에 힘을 실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새 선박을 건조하기보다는 블록 위주로 수주를 확대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한 직무재배치 등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직원들이 상경 시위에 나설 정도로 절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과 직원이 뜻을 모을 유인도 크다는 방증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성동조선해양 경영진이 무급휴직 중인 550명 등 직원 670여명에 대한 고용 승계 방침을 내걸자, 노조는 큐리어스파트너스의 투자 기간 중 쟁의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으로 응했다.

전략적투자자(SI)의 M&A 중에서는 인수 후 8년이 지나서야 모든 통합이 마무리 된 하나은행-외환은행 인수가 참고할 사례로 회자된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2012년이지만, 당시 외환은행 노조의 '5년간 독립 경영'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은행 간 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차례 협상과 법원의 개입 등을 거쳐 2015년에야 'KEB하나은행'으로 통합됐고, 인사·급여·복지제도가 통합된 것도 지난해 초였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 통합은 2016년 6월에 이미 완료됐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 통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분명히 아쉬운 점"이라면서도 "노조와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은 최대한 양보하면서도 전산망 통합 등 실질적 시너지에 필요한 부분은 진행시키는 완급 조절이 향후 대형사 M&A에 참고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