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도 초음파로 볼 수 있어요?”
이번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렴 진단에 ‘무선 휴대용 초음파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필자의 말에 의사 지인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한 질문이다. 의대 시절의 기억을 대부분 반납하고 졸업했지만, 초음파 진단을 공부할 때 교수님들이 폐는 공기가 가득 차 있는 기관이라서 초음파로 진단할 수 없는 대표적 장기라고 배웠던 것을 떠올려보면 의사들의 이러한 반응도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가청 주파수를 넘는 음파의 일종인 초음파 신호를 인체에 쏴서 그 반사되는 파형으로 인체 내부의 구조를 영상으로 재구성해 표현하는 장비다. 초음파는 물속에서의 속도가 공기에서 보다 다섯 배 정도 빠르기 때문에 중간에 공기층을 만나면 경계면에서 모두 반사돼 더 이상 투과되지 못한다. 때문에 초음파 검사 때 젤을 발라 탐촉자를 몸에 꽉 밀착시켜서 공기층을 없애는 방법이 이용된다. 따라서 공기가 가득 찬 기관인 폐는 초음파로 볼 수 없는 대표적 장기다.
필자가 창업 전 2차병원 응급실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할 때 응급실 과장님이 추천해 읽었던 책이 리히텐슈타인의 ‘중환자에게 전신초음파를 시행해야 하는 1001가지 이유’였다. 저자는 중환자를 관리할 때 초음파가 매우 유용하며, 폐 초음파의 중요성에 대해 특히 강조를 했다. 폐는 초음파로 진단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필자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폐는 공기가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투과하지 못하고 반사돼 노이즈만 보이는 게 정상인데, 거꾸로 폐 속에 물이 차거나 폐세포가 변형돼 노이즈 양상이 바뀌면 폐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역발상에서 출발한 진단법이었다. 이 폐초음파 기법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응급, 중환자 관련 의사단체 학회나 임상 현장에서 중요한 기술로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의료인에게 널리 알려진 진단법은 아니다.
코로나19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의 특징 중 하나는 호흡기 관련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환자가 호흡곤란이 예측된다면 기관내 삽관, 인공호흡기 등을 적용해 생명을 살릴 수 있을 텐데 별다른 증상 없이 상태가 갑자기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면 손을 쓸 시간이 없다는 게 어려운 문제다.
이런 폐질환의 경우 CT를 찍으면 가장 확실한 진단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모든 선별진료 대상자나 환자의 CT를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확진된 환자의 CT를 찍기 위해선 동선관리와 방역소독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탓이다. 선별진료와 경증환자 관리에 사용하는 X-레이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후에나 폐질환을 판별할 수 있기 때문에 중증환자 조기 선별용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게 그동안의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용 초음파는 코로나19로 인한 폐질환의 조기진단을 통해서 선별진료실, 생활치료 센터, 음압병동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선별진료실에서는 대상자의 접촉력과 더불어 폐질환 유무를 이용해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를 선별하는 검진도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경증환자들이 입원하는 생활치료센터에서는 중증환자로의 이행여부를 조기에 선별하는데 사용 가능하다. 음압병동에 입원한 중증환자의 경우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관찰해 호흡곤란 등의 위급상황을 대비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무선 휴대용 초음파는 선이 없기에 멸균커버를 이용해 감염원의 원천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클라우드 영상저장 서버, 의료 인공지능(AI) 등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휴대용 초음파에 접목돼 폐초음파 진단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인들의 진단을 돕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환자관리를 통해 실제 환자데이터들을 클라우드서버에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폐초음파에 대한 AI엔진을 학습시켜보자. 폐초음파에서 판별해야 하는 중요한 패턴들을 AI가 인식해서 의료인의 보조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의 신뢰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안하는 내용은 국제표준 가이드라인이 될 확률이 높다. 현재 임상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고 있는 여러 의료기관의 연구자들과 데이터를 모아 AI 폐초음파 엔진을 개발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다. 비록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에 급속도로 퍼져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신종플루, 메르스 등을 거치면서 축적된 의료시스템, 열정적인 의료인들,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데이터 공유 등 우리의 대처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를 기회로 오히려 한국의 의료시스템,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를 발전시키고 세상에 알리는 기회로 삼으면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