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비중, 2008년 17.5%→지난해 말 40.6%

現국민연금과 유사한 자산배분, 2008년 20% 손실

올해 '빨간불' 켜졌지만…장기적 관점에선 긍정적

證 “속도조절 있겠지만…위험자산 확대가 타당”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글로벌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위기 수준의 급락을 기록하면서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채권 위주의 자산운용으로 손실폭을 1% 이내로 방어했지만, 이후 주식 비중이 2배 이상 높아져 위험 노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현재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던 해외 주요 공적연기금은 20%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16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자산 중 국내·외 상장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다. 글로벌 금융위기기 닥치기 직전 해였던 2007년의 주식 비중(17.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면 채권 비중은 79.6%에서 47.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 주가 급락이 단순 경기침체 우려에 그치지 않고 금융위기로 확산될 경우, 국민연금의 운용 손실률이 두자릿수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민연금과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던 것은 네덜란드 연기금(ABP)와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다. 채권과 주식 비중이 ABP는 44.8%, 32.4%, GPFG는 50.4%, 49.6% 수준이었는데, 연말 기준 손실폭은 21.6%, 22.3%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안정적 포트폴리오로 손실폭을 0.2%로 방어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연기금 특성상 운용 성과를 '위기 시의 수익률 방어를 얼마나 잘했느냐'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금융위기 때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인 사례도 드물지 않다. GPFG의 경우 2008년 50%였던 주식 비중을 최근 70%가량까지 높였고, 반대로 채권 비중은 50%에서 30%로 줄였다. 일본 공적연금(GPIF) 또한 2008년 22% 수준에 그쳤던 주식비중을 49%로 높이는 반면 채권 비중은 78%에서 43%로 축소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의 경우 2008년 당시 24%에 달하는 손실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비중을 동일하게 50%로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캘퍼스의 2009~2018년 수익률은 단순 평균 기준 11.6%에 달한다. 같은기간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5.52%)의 두 배 수준이다. 기금규모를 제외하고 수익률만 비교하면, 2009년 이후 크게 벌어진 누적 수익률을 2016년에 따라잡고 현재 20%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계산된다.

국민연금 또한 위험자산의 비중을 보다 확대하는 기존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을 통해 현재 약 40%인 주식 비중을 오는 2024년까지 45%로 내외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올해의 경우 그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한 전략적 자산배분(SAA)와 해당 비중 내에서 소폭 비중을 조절하는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통해 시장 상황에 대응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술적 자산배분을 통해 기존에 목표한 주식 비중 확대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다만 장기투자자라는 연기금 특성 상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이는 기존 정책이 여전히 타당하고, 국민연금 또한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