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분할 매수론’ 힘 잃어
“이성이 지배하는 시점은 아니다. ‘증시는 내려가면 결국 올라간다’는 강세론자들도 꼬리를 일부 내렸다. ‘바닥’이다, 아니다 말할 수 없다.”
13일 은행권 프라이빗뱅커(PB)에 “바닥투자를 권유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13일 글로벌 증시가 사상 유례 없는 대폭락을 겪자 최근 은행 자산관리(WM) 부분에서 나오던 ‘저가 매수’론이 순식간에 실종됐다.
지난 1월20일 이후 코스피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13조44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0조3415억원, 기관투자자는 4조434억원을 순매도했다. 근거는 ‘결국 오른다’는 믿음 정도다.
최근 코스피 인덱스펀드에 가입했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떨어지면 올라간다는 믿음이 있다”며 “대한민국 코스피가 2000도 회복 못하겠느냐”고 했다.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빗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외인의 매도를 국민이 막는다는 뜻이다. 금융권의 전문가들이 ‘저가 분할매수론’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제서야 전문가들도 손발을 모두 들고 있다. 제1차적 원인인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정하기 어렵고, 전염병으로 얼어붙은 소비성향 등이 실물경기에 영향을 어느정도 줄지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PB는 “(흔들리는 금융시장 때문에) 실성할 지경”이라며 “설마 인류는 멸망하겠냐며 그게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이또한 지나가리라’고 되뇌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바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날 ‘최악은 어디일까’라는 보고서를 통해 “당초 국지적·일시적 쇼크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봤던 중국 코로나19 매크로 충격파는 이제 과거 미증유의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당시에 견줄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그간의 시장 전망이 다분히 낙관과 오류로 편향된 자기충족적 예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했다.
이어 “부화뇌동격 투매 가담의 전략적 실익은 전무하다”며 “코로나19 공포가 정책공조 방파제를 넘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시각각 스며드는 구도라면, 글로벌 위험자산은 물론이거니와 신흥시장(EM) 증시의 와해적 상황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홍태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