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측 대리인 “국민의 경제적 자유, 금융위원회에서 유린”
금융위 측 대리인 “추적 어려워 부작용…정당성 인정 돼”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닥쳤던 2017년 12월 암호화폐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가상계좌 신규개설을 전면 중단하고, 거래실명제를 실시한 특별대책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는지를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이 벌여졌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정희찬 변호사 등이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 변호사 측은 “암호재산은 교환가치가 있고, 수량을 확인할 객관적 방법과 안전거래 기술도 갖췄다”며 “가상계좌 신규가입 금지와 취급업체 이용을 위한 실명확인서비스 준수 강제로 기본권, 특히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암호재산의 교환가치를 떨어뜨리고 재산적 권리관계를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형성할 수 없도록 해 재산권 및 경제상 자유와 창의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했다. 또 거래방식을 규제하려면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입법을 거쳐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은 점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이번처럼 전격 시행했다면 헌재는 위헌 판단을 내렸을 거다. 이 사건이 다른 취급을 받을 이유가 있냐”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마약거래, 자금세탁 범죄에 이용되면 추적이 어려워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며 반론을 폈다. 또 정부 규제조치는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상대방은 은행이고,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가상통화 거래소 이용자들이 거래를 아예 못한 게 아니라, 실명제 하에서 거래자금을 입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라고 볼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정부 조치가 금융위원회법과 은행법에 근거를 두고 내려진 것이기 때문에 입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잘못됐다고 맞받았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가상통화 시장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고려할 때 정부의 행정조치는 필요했다고 여겨지지만, 이로 인해 야기된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자산손실은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결과였는지 의문"이라며 "점진적이고 완화된 가상통화 거래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반대로 금융위 측 참고인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가상통화의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현금보다 자금세탁, 범죄수익은닉 등에 용이하게 이용된다"며 "정부의 가상통화 대책은 기존 금융의 규제 체계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공개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의 당시 대책 발표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최종 결론을 조만간 내릴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