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판매사 정보교류 원천 차단
자본시장법에 막혀 ‘부실 깜깜이’
16개 은행·증권사 공동소송 준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불완전판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은행 등 판매사들은 ‘차이니스 월’을 책임론에 대한 ‘방어벽’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운용사-판매사 간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조항 때문에 라임펀드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는 논리다.
현재 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부산·경남은행과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 16개 은행·증권사로 구성된 공동대응단은 라임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난 10일 일부 피해자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는 물론이고 판매사인 우리은행에 대해서까지 고소를 하자, 라임에 책임이 있다며 과녁을 돌리는 모양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은 한 달 주기로 펀드 운용보고서와 운용사 실사를 통해서 제대로 투자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검토한다”며 “특수한 상황인 경우 별도의 자료 요청을 하는데, 자본시장법에 운용사와 판매사 간 정보 교류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어서 펀드의 부실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45조와 시행령은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가 ‘집합투자재산(펀드)의 구성내역과 운용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 정보는 금융회사의 부서나 계열사 간에 교류를 할 경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악용돼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교류를 차단하자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중국과 북방민족간 경계를 이루는 ‘만리장성(Chinese Wall)’으로 흔히 불린다.
하지만 펀드 구성내역 및 운용에 관한 정보라도 1개월이 지난 정보라면 교류가 가능하다. 라임운용의 사기행각을 실시간으로 적발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진행 된 이후에는 살필 수도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통상 펀드 생태계에 있어서 막강한 판매망을 가진 은행들이 운용사에 대해서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 명백한 불법이 아니라면 판매사의 요구를 운용사가 거부하기는 힘든 구조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행상 어느 수준의 정보가 교류돼 왔는지, 판매사가 정보 교류를 요청했는지, 차단된 정보가 불완전판매의 원인이 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라임운용이 은행에 어떻게 이런 펀드들을 공급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판매사에 충분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펀드를 공급할 수 있었다면 내부적으로 상당한 유착관계가 존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