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인사차질 우려 외면
청·정부·여당과만 대화 고집
상급 단체와 ‘정치연대’ 강화
여신차질…중소기업에 피해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기업은행 노조 집행부의 윤종원 행장 출근저지가 노동계의 정치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상당수 일반 노조원, 즉 기은 직원 상당수는 정치적 이유의 출근저지로 경영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집행부는 4월 총선에서 노동계의 입지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기업은행 노조의 대토론회는 사실상 노조 집행부의 일방통행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일반 노조원들 사이에서 경영 공백, 인사 지연 등 업무 차질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지만 집행부는 투쟁 의지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토론회에 참석한 한 노조원은 “집행부가 일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이런저런 건의가 많이 나왔다”면서 “1월 중순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대토론회에서)결론을 낸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대토론회 직후 "오히려 조합원들 중에서는 이러한(인사 지연, 경영 공백) 것들을 고려하지 말고 투쟁을 더 강하게 하라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인사 지연으로 인한 업무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매년 1월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원샷 인사’를 단행한다. 매 인사 때마다 지점장 200~300명 정도가 자리를 이동했다. 행장 출근 저지로 지점장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여수신 관련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객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기업은행 노조는 출근저지를 위해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은데 이어 최상위 단체인 한국노동조합 총연맹에도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과의 연계방침도 밝히고 있다. 윤 행장과의 대화는 거부한 채 청와대와 정부, 여당과만 마주 앉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는 4월 총선까지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를 이어가겠다고도 공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강성 이미지를 높여 총선전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뚜렷한 해결책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업무 차질에 대한 일선 직원들의 피로감과 우려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행장은 대토론회 당일 취임 후 첫 공식 회의를 갖고 경영 혁신을 강조했다. 윤 행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새해 첫 ‘경영현안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경영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설치를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