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사장 인부 1명 끝내 숨져
시민들 “매일 다니는 길…”하소연
23일 오전 9시 여의도 메리츠화재 건물 인근. ‘싱크홀(Sink Hole·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여의도 지하공공보도 건설공사 현장에선 ‘수도관 연결’ 작업이 진행됐다. 전날 발생한 사고로 수도관이 끊어지면서, 메리츠화재 건물이 단수된 데 대한 조치다. 다섯명의 인부와 포크레인 1대가 동원됐다.
싱크홀 현장 근처를 지나던 이모(36) 씨는 “출근하려면 지날 수밖에 없는 길에서 싱크홀이 생겼다. 내가 지나다닐 때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고현장 앞에 사무실이 있는 정모(43) 씨도 “출근길에서 발생한 싱크홀이라 너무 불안하다”면서 “주위에 건물도 높고, 지하도에 공사도 계속 하는데 제대로 안전점검은 이뤄진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인근 보험회사에 다니는 박모(27) 씨도 “저번에도 싱크홀이 생겼는데 또 생겼다니까 너무 무섭다”면서 “돌아가신 분도 계신다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고개를 저었다. 영등포경찰서와 서울소방방재센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 21분 여의도 지하공공보도 신축공사 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붕괴되는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 공사현장에서만 지난 9월에 이은 두 번째 싱크홀 사고다.
사고 현장에서는 전날 공사장 인부 최모(54) 씨가 이날 2.5m 지하로 추락했고 끝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지휘차가 사고 발생 6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최 씨는 파손 잔해물에 깔렸다. 소방관들이 최 씨를 지상으로 인양하는 데는 1시간 41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최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지난해 공사가 시작된 이곳 현장은 2018년 영등포구청으로부터 ‘모범공사현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던 곳이다. 모범공사현장으로 지정된 것은 공사현장에서 ‘스팀양생’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스팀양생은 공기 단축과 먼지발생 저감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등포구청은 “환경정비 노력이 타 공사장보다 우수하다”며 지정서를 수여했다.
아직 싱크홀 발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라면서 “사고가 발생한 수도관은 수거해서 국과수에 보냈다. 향후 절차를 거쳐 현장감식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계자도 “싱크홀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사를 진행해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경찰과 전문가들이 문제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장 관계자도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우리는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9월에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제13호 태풍 링링의 북상을 앞두고 서울 전역에는 30~40mm의 비가 쏟아졌다. 공사현장에서는 지반이 붕괴되고 5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한 바 있다. 도심 싱크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이 ‘물’로 추정된다.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수도·상수도관이 노후돼 물이 샐 경우 지반이 물러지고 토사가 쓸려나가면서 싱크홀이 생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번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재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우·박상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