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도 고가 아파트 단지 급매 없이 ‘조용’

-‘주택담보대출 0’ 17일 이후 15억 이상 계약건, 신고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단지 전경.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단지 전경. 성연진 기자/yj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어휴, 여기 아파트 20평대(66~95.7㎡)는 15억원~17억원인 곳이 많거든요. 아이들 학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대출 받아 움직이려는 분들이 뚝 끊겼어요. 그렇다고 급매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당분간 거래가 없을 거 같아요.”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업소)

“급매요? ‘팔리면 팔고 아니면 두지’란 투로 1억원씩 올려서 내놓는 집주인이 더 많아요. 여긴 대출에 크게 휘둘리는 분은 없는 거 같아요.”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업소)

19일 오후 정부가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규제 대상으로 삼은 ‘시가 9억원의 고가 주택’과 ‘15억원 이상의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일대는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었다.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가 16만가구나 몰려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예상과 달리 ‘급매’는 없다고 했다. 특히 전 주택형이 20억원 이상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나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각 지역 랜드마크 아파트 집주인들은 더욱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래미안퍼스티지 종합상가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 문의는 거의 없고 조용하다”면서 “여긴 원래 대출로 들어오는 이가 드물어서, 급매물이 시장에 풀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도곡렉슬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분간 급매물이 나올걸 기대하고 매수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정부 규제로 강남 아파트 희소성이 더 커져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집주인이 많다"고 했다.

정작 피해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 규모를 늘리거나, 강남 등 입지가 더 좋은 주택을 매수하려는 실수요자에게 돌아갔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 삼성’ 59㎡(이하 전용면적)의 10월 실거래가는 16억원을 밑돌아 서울시내 웬만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서 갈아타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사정이 달라졌다.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만해도 강남 이외 지역에서도 매물 동향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됐는데, 아예 종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반면 현금부자들의 거래는 규제 이후에도 거침없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책이 발표된 16일 이후 계약서를 쓴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는 현재까지 신고된 건만 25건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0’인 17일 이후 사흘간 계약한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3건으로 집계됐다. 통상 거래 이후 60일 이내 신고해야 하므로 앞으로 규제 이후 계약 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18일 강남구 개포동의 ‘경남2차’ 182㎡ 1층이 26억원에 계약서를 썼고, 청담동의 ‘청담자이’ 49㎡도 같은 날 17억4000만원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혔음에도 두 계약 모두 신고가다. 분당구 정자동의 ‘분당파크뷰’ 162㎡는 대책 바로 다음날인 17일 18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됐다.

앞서 15억원 이상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대출 없이 매수 가능한 수요가 매수에 나선다는 공인중개업소 전언이 확인된 셈이다.

정오께 정책이 발표된 16일 당일만 해도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 계약 신고 건수는 15건으로 이 중 절반인 7건은 15억원 이상이었다. 이 날 서울 강남 지역은 물론이고 분당구 백현동 ‘판교알파리움 2단지’ 129㎡가 17억2000만원에, 인천 ‘송도 더샵 마스터뷰’ 196㎡이 23억원에 계약됐다.

같은 날 거래건 가운데 최고가는 반포동 ‘반포리체’로 84㎡가 25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면서 이 아파트 실거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