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신용등급은 A 턱걸이

정부지원 감안해 높이 평가

유동성·보안투자 개선필요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 내실은 부족한데, 정부 덕은 많이 보는 것으로 평가됐다. 유동성, 수익성은 경쟁국 대비 취약하고 사이버 보안투자나 사회책임경영에는 소홀하지만, 정부 지원 가능성 때문에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 2020년 전망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국내은행들의 LCR(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은 조사국 중 가장 낮았다. LCR은 은행들이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국 지원 없이 견딜 수 있는 정도를 측정한 비율이다. 국내 은행은 대만, 방글라데시, 인도보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체 능력이 떨어졌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정부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내 은행들은 자체 평가로는 신용등급이 ‘Baa3~A3’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견인한 결과 ‘Aa3’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내 은행들은 정부가 올린 신용등급 폭이 여타 주요국에 비해 큰 편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은 ‘ESG투자’도 낮은 수준이었다. ESG투자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강조한다. 전세계 주요국별 은행의 그린본드 발행 현황을 보면 중국이 33%로 가장 높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의미있는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국내 은행들은 2018년부터 ESG투자를 시작했다.

무디스가 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은행을 포함해 국가가 사이버 보안 지출을 추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사이버 보안에 지출비용은 국내총생산(GDP)에 선진국 가운데 최저였다.

보고서는 최근 국채 투자 비율이 높은 아시아 은행들은 신용등급에 있어 재평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같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리하락 폭이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낮은 탓도 있지만, 자산 내 국채 보유비율이 특히 낮아서다. 국내 은행들은 자산의 2% 정도를 국채에 투자했다. 이는 무디스가 조사한 아태지역 은행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다만 이는 금리상승 국면에서는 반대 효과를 누릴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