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시장을 ‘풍선효과’로 설명하는 사람이 많다. 풍선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 마찬가지로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억압하니까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경기도 과천이나 대전 유성구, 부산 해운대·수영구 등의 집값이 급등하는 건 서울 집값을 심하게 누른 데 따른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규제 지역을 피해 현금 자산이 많은 투자 수요가 몰리며 부동산값이 뛴다는 것이다. 원정 투자자가 많다는 지역 중개업자들의 전언은 풍선효과가 꽤 근거 있는 이야기란 걸 증명한다. 이들 지역은 분양가상한제는 물론 조정대상지역 등 정부 규제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곳이다.
“이상 과열이 확인되면 즉각 규제하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집값이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는 즉시 부동산 규제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의 엄포가 다시 심해졌다.
추가로 내놓을 규제는 무엇일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 지역을 늘리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지역 후보지들이 거론되며, 이들 지역은 서둘러 사놓아야할 투자1순위로 여겨진다. 범위가 가장 좁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부터, 범위가 커지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순으로 집값이 많이 오를 곳으로 통한다. “정부가 집값이 오를 곳을 찍어준다”는 말이 진실처럼 회자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억압하고 금지하면, 나중에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정신분석학 용어가 있다.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어린 시절 손가락을 빠는 행위 등 무언가 억압당한 경우, 해소하지 못한 욕구가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성인이 돼 히스테리 발작 같이 몸에 어떤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이 개념은 문화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할 때 꽤 유용하다. 2008년 2월 국보1호인 숭례문 방화사건이 발생했을 때, ‘억압된 것의 귀환’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범행을 일으킨 70대 방화범은 1990년대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시공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걸 불만으로 여기며 살았다. 관계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회에 복수를 해야겠다는 상태로 발전했다. 단기간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려다 보니 수용 과정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생겼고, 숭례문 방화사건은 그 억압의 결과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늘 억압한 것은 귀환한다. 규제가 강화되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중단되지만, 나중엔 용수철처럼 더 튀어 오른다. 인허가가 줄면, 2~3년 후 공급부족이 심화하고, 집값 폭등으로 돌아온다.
서울 연간 신규주택 수요는 작게는 5만에서 많게는 8만4000가구 정도라고 한다. 결혼·이혼·사망 등 인구통계학적 변수에 따라 수요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 경기 상황과 집값 동향이다. 집값이 불안하면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안한 생각에 전세 거주자들도 일단 집을 사자는 태도로 변한다. 요즘 청약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그 때문이다. 서울에서 전세 등 임대에 거주하는 가구는 절반 수준이다.
주택 인허가는 감소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주택 인허가는 5만1300채 수준이다. 2018년 11만채, 2018년 6만5700채에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3년 후에도 서울 주택수요가 요즘처럼 계속 살아난다면 집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강남 등 주요지역 아파트는 폭등할 게 뻔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내놓은 대책이 연말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김 장관의 기대와 달리 연말이 다가올수록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5% 올라 작년 10월 셋째주 0.26% 오른 이후 주간 단위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귀환한다.
박일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