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액티브·신재생에너지 ‘삼박자’

제로에너지건축, 2030년까지 단계적 의무화

공사비 부담 ‘숙제’…정부 인센티브 제공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초에 도전하려고 기존 단열재도 다 뜯어내고 재시공했죠. ”

지난 5일 오전 찾은 경기 화성시 안녕동 ‘힘펠3공장’. 환기가전 전문기업 힘펠의 임직원들은 준공식을 하루 앞두고 건물 내·외부를 살피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터를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공장’으로 선보이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된 분위기도 느껴졌다.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공장으로 선보이는 경기 화성시 안녕동 ‘힘펠3공장’ 전경 [국토교통부]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공장으로 선보이는 경기 화성시 안녕동 ‘힘펠3공장’ 전경 [국토교통부]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한 건물을 말한다. 일반 건물보다 단열·기밀 성능이 강화(패시브)되고, 고효율 설비가 적용(액티브)된다.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지열·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562㎡인 힘펠3공장은 이런 개념을 현실화한 국내 1호 공장이다. 이날 영하권 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건물 내부는 난방 없이도 24도 안팎 온도가 유지됐다. 일반 건물보다 단열재를 두껍게 보강(벽체 80㎜→160㎜)하고 창호를 에너지 절감형 삼중유리로 교체한 덕분이다. 배기·환기를 할 때 열을 교환하는 열회수형 환기장치가 도입된 것도 한몫했다.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데는 태양광을 이용했다. 공장 옥상에는 365와트(W) 태양광패널 98장이 깔렸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건물 외관에 붙은 370W 태양광패널 126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은 시간당 82.39㎾(킬로와트)다. 이 공장은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패시브·액티브 기술을 통해 일반공장으로 설계됐을 때보다 전력 소비량을 53%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은 두 번째로 높은 1++등급, 에너지자립률은 28.25%다.

당초 일반공장으로 짓기로 하고 단열재 시공까지 마친 이 공장의 운명이 바뀐 것은 올해 4월이다. 국내 ‘패시브건축물의 대가’로 통하는 이명주 명지대 교수는 담당하던 노원이지하우스 사업의 전열교환기 필터 교체 문제를 상의하려고 납품업체였던 힘펠 본사를 찾았다. 이 교수는 우연히 대표이사실에 걸린 힘펠3공장 투시도를 보고 “제로에너지건축의 핵심이 전열교환기인데, 이걸 생산하는 회사가 제로에너지공장을 짓지 않으면 누가 짓겠느냐”고 얘길 꺼냈다. 김정환 힘펠 대표는 ‘공기에너지 기술을 통해 인간 건강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곱씹게 됐다고 한다. 당초 계획보다 공사비는 7억원(정부 지원 7670만원), 공사기간은 3개월 더 필요했지만 ‘최초’에 도전하기로 했다. 김유진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의무화 대상이 아님에도 활성화에 기여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도서관인 충남 아산시 용화동 ‘아산중앙도서관’ 전경 [국토교통부]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도서관인 충남 아산시 용화동 ‘아산중앙도서관’ 전경 [국토교통부]

같은 날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도서관인 충남 아산시 용화동 ‘아산중앙도서관’도 찾았다. 이곳은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9037㎡ 규모로, 높은 기밀·단열조치와 고효율 설비가 적용돼 에너지성능지표(EPI) 98.6점을 받았다. 이용자들이 대부분 두꺼운 외투를 벗고 활동할 정도로 내부는 열기가 감돌았다. 삼중 복층유리 창호와 외단열 공법, 열교환 환기시스템, 지열 냉·난방시스템 등이 적용된 데 따른 것이다. 창 밖을 내다보니 외부에 설치된 전동차양이 햇빛의 양을 조절하고 있었다. 이는 여름철 태양열 투과를 방지해 냉방에너지의 효율을 키운다.

이 도서관은 이런 방식으로 일반 도서관보다 연간 약 45% 에너지를 적게 쓴다. 월별 에너지 지출금액은 1㎡당 900원으로, 유사 공공건축물의 1300~1500원 수준보다 훨씬 낮다.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외벽온도 비교 [아산시]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외벽온도 비교 [아산시]

태양광패널이 줄지어 설치된 옥상 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었는데, 일반건물과 달리 슬라브 위에 단열재가 놓여 나타나는 제로에너지건축만의 특징이었다. 일반건물과의 차이는 외벽 온도에서 뚜렷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외벽 온도를 측정하니 도서관 상부는 영하 16.8도, 건너편 아파트는 영상 3도였다. 아파트에서는 내부 온기가 바깥으로 흘러나오지만, 이 도서관에서는 온기가 내부에 머물고 외부 한기도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제로에너지건축은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축물을 시작으로 의무화된다. 2030년에는 연면적 500㎡ 이상인 민간·공공건축물로 그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추가 공사비 부담 등을 고려해 건축기준 완화, 세제혜택, 금융지원,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