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대출 207.7%
경기 침체로 집값도 하락
취약차주 연체율 ‘눈덩이’
한은 “가계빚 위험 커질수”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방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주요 제조업 사업장의 부진 여파로 소득이 줄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벌이는 줄었는데, 자산가격은 하락하며 빚 부담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도 지방 가계부채의 위험 확대 가능성을 경계할 정도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19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43.5%로, 2012년 말 39.4%에서 증가했다.
지방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5년 15% 수준에 다다랐으나 이후 증가폭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평균 증가세는 지방(9.1%)이 서울(6.5%)를 웃돌며 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었다.
특히 지방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012년 말 152.2%에서 올 상반기 207.7%로 55.5%포인트(p) 불었다. 이 기간 수도권 대출자의 증가폭(40.1%p)를 크게 웃돈다.
지방의 가계부채를 수도권과 비교했하면 ▷고소득·고신용 차주 비중이 낮고 ▷비은행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농협, 수협 등 비은행 기관의 이용도도 높다. 자산을 늘리기 위한 빚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빚의 증가로 볼 수 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도 수도권을 웃돈다. 수도권 가계대출의 평균 LTV는 2017년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를 시행한 영향을 받아 52.1%(2017년)에서 올 상반기엔 49.4%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방은 2017년 56.3%, 올 상반기 56.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의 대출 총량을 통제한 점을 감안하면 결국 집값이 덜 오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차주의 소득 가운데 빚 갚는데 써야 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DSR은 올 2분기 기준 지방(37.1%)이 수도권(36.3%)보다 근소하게 높다.
주목할 점은 DSR이 100% 이상인 ‘위험대출’ 비중은 지방이 32.6%로 수도권(27.3%)과의 격차가 벌어진 점이다. 2012년만 해도 지방과 수도권의 위험대출 비중 격차는 1.2% 정도였으나, 2016년 이후부터 5%로 벌어졌다.
한은은 2017년을 기점으로 지방 가계부채의 건전성 지표들이 대체로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거듭하며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지역경기가 나쁜 일부 지역에선 소득 수준마저 떨어지면서 부채 상환을 위한 ‘체력’이 크게 약해진 것이다.
지방 취약차주의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취약차주는 대출이 여럿인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통상 하위 30% 이하)·저신용(7~10등급)인 차주를 말한다.
지방 취약차주의 연체대출 비중은 2016년 말 20.5%에서 올해 27.7%로 높아졌다. 반면 이 기간 수도권 취약차주의 연체대출은 20.6%에서 19.1%로 줄었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부실도 우려된다.
지방 주담대의 연체대출 비중은 2012년 이후 1.6%(2017년)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오름세로 바뀌면서 올해 2분기엔 2.1%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구조나 대출자의 상환능력은 상대적으로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취약하다”며 “지방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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