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티브 합작법인에 2.4조 소요

지주 전환시 증손회사 지분 규제

모비스 중심 기존안 수정 가능성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부품업체 앱티브(Aptiv)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체제보다 현대모비스 중심 체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지분율 50대 50으로 자율주행 레벨 4·5(SAE 기준) 솔루션 개발 및 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현대차(지분율 26%)는 1조2390억원, 기아차(14%)는 6670억원, 현대모비스(10%)는 4760억원의 현금을 합작회사에 투입하게 된다. 그룹 전체로는 2조 4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내놓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그룹이 이번 투자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좁힐 것으로 전망했다.

앱티브는 올해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의 순수 자율주행 기술 분야 평가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한 자율 주행 선두업체다. 2015년 오토마티카(Ottomatika), 2017년 뉴토노미(nuTonomy)를 인수해 자율 주행 기술을 축적했지만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주요 파트너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합작법인으로 막대한 현금이 소요된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편 선택지도 좁아졌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현대차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지 않는 이유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금 동원 필요성을 든 바 있다”면서 “향후 투자 건에 대해 이번 합작회사 투자와 같이 계열사가 함께 지분을 투자할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주주총회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분리해 내야 해 향후 현금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는 만큼 신기술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이나 해외 기업 지분 투자도 원천 봉쇄된다.

강 연구원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하고자 할 기업은 현대모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기존 개편안에서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실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자기주식 130만주(발행주식 수 대비 1.4%)의 취득을 공시했다. 취득 예정금액은 약 3230억원 가량이다.

원호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