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상하이)= 남화영 기자] 세계 아마추어골프랭킹(WAGR) 1148위인 박준홍(18)이 제11회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 첫날 선두에 2타차 2위로 마쳤다. 박준홍은 26일 중국 상하이 시산인터내셔널골프클럽(파72 7041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노보기에 버디 7개를 잡고 65타 스코어를 적어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박준홍은 첫 두홀 연속 버디로 시작했고 전반을 마칠 때 4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다. 후반 들어 1번 홀에서 7미터 거리의 버디를 추가하자 한 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2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위기도 있었다. 5번 홀에서는 드라이버 샷이 러프로 빠졌고, 버뮤다 잔디는 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무성했다. 이 대회는 다음 달에 있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를 앞두고 러프를 그대로 기른다고 했다. 버뮤다 잔디에 공이 박히면 레이업해서 페어웨이에 올리지 않으면 수가 없는 코스다. 여기서 친 세컨드 샷이 그린에 못미치고 다시 핀까지 50야드 거리의 러프에 잠겼다. 하지만 세 번째 샷이 핀 옆 2미터에 멈추면서 파를 잡아냈다. 그 뒤로 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니 단독 선두였다.
그로부터 30분 뒤에 호주의 세계 랭킹 11위 블레이크 윈드러드가 노보기 9언더파 63타의 스코어를 적어내 박준홍은 선두와 2타차 2위로 내려갔다. 하지만 박준홍이 경기를 마쳤을 때 기자실과 대회 주최측에는 작지만 다급한 소동이 있었다. “박준홍이 도대체 누구냐”였다. 대한골프협회(KGA) 직원에게 묻고 그의 성적을 찾느라 각종 온갖 네트워크가 다 동원됐다. 사실 박준홍은 언더독이다. 이 대회 초청 선수를 고를 때의 랭킹이 세계 907위였다. 그리고 어제 발표된 랭킹에서는 1148위였다. 세계 2위 카나야 다쿠미(일본)를 비롯해 세계 4위 데이비드 미켈루치(호주), 7위 유춘안(대만)까지 세계 톱10 아마추어 3명이 출전하고 그밖에 날고 긴다는 선수가 총출동한 아시아 최대 메이저 아마추어 대회에서 그는 존재감 자체가 없는 선수였다. 알아보니 그는 올해 우승이 없지만, 지난해 2승(베어크리크 아마추어, 전국체전)을 거두었다. 올해 처음 국가대표가 되었고 올해는 베어크리크아마추어에서 6위, 호심배 4위, 송암배 7위, 매경솔라고아마추어와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각각 7등을 했다. 올해 아직 우승이 없지만 잠재력은 갖춘 선수다. 선수들을 인솔하고 있는 고상원 KGA 과장의 말이다. “원래 준홍이는 예비후보 8번 이었습니다. 5, 6번이던 선수들이 프로 데뷔를 하면서 마지막 순번으로 출전할 수 있었죠. 한국은 원래 4명은 보장받았지만 2명은 가변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우연하게 순번이 해당되었고 최종적으로 출전 통보도 늦게받았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잘 친 거죠.”
박준홍이 놀라웠던 점은 뛰어난 영어 인터뷰였다. 영어 유치원을 다녔고 필리핀에 가서 생활한 게 전부였는데 영어를 잘 알아듣고 CBS와의 영어 인터뷰도 막힘이 없었다. 프레스룸에 와서도 인도 기자의 엑센트가 어려운 말을 제외하고는 알아듣고 답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천연덕스러웠다. 놀라운 점은 더 있었다. 골프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최고의 아시아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골프를 배운 건 아버지로부터 필리핀에 갔을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그리고는 1년여 뒤에 한국으로 와서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리고 지금은 제주 고등학교 3학년에 있다. 외국에서 골프 유학하는 해외파가 아닌데 잘한다. 외국 기자가 물었다. “7년 만에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박준홍이 쿨하게 답했다. “제주도는 골프 연습하기 좋은 곳입니다.” 그는 내일 아침 6시40분에 1번 홀에서 티오프한다. 내일도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국 기자들이 모인 사이에서 그는 비결을 털어놨다. “이틀간 피곤해서 잠을 잘 잤어요. 그래서 샷이 잘 맞은 거 같아요. 페어웨이를 많이 안 놓쳤고, 정규 타수에 그린도 17개를 온 시켰어요. 퍼트도 좋았어요.” 제 11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중국에서 2승을 거두었다. 언더독의 신화는 불가능해보이는 상황 속에서 달성할 때 이뤄진다. AAC에서 가장 원하는 영웅 스토리 역시 전혀 예상 못한 보석의 발견일 것이다. 오늘밤 그의 잠자리가 편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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