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의 자동차 232조 앞둔 상황, 개도국 유지 어려워
내달 23일 마감시한…최종 결정, 홍 부총리 주재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서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여부를 한달안으로 결정해야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의 그동안 공식 관련 발언을 종합할 경우, 우리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비중있게 검토하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최종 결정되는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 국가에 우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수입 때문에 통상 안보가 위협받을 때 수입을 긴급히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정부는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분야를 보호하는 대신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부안팎의 시각이다. 정부는 농업분야 안전장치로 내년도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 해당부처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이 WTO에 개도국 지위 개선을 요구하며 제시한 마감 시한이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 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마감 시한은 다음달 23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4가지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속하는 유일한 나라여서 사실상 개도국 지위 유지가 곤란한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WTO 협정상 지금까지 시행해온 관세부과, 보조금 지급 등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또 다른 국제무역협정을 타결할 경우, 미래 농업 분야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로써 정부내에서도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을 섣부르게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익형 직불제는 미국이 요구하는 ‘다음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와 맞물려 우리 농업의 유용한 ‘묘수’로도 주목받고 있다. 개도국 지위가 사라지더라도 공익형 직불금은 감축 대상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얼마든지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불확실하지만 차기 WTO 협상이 진행된다면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공익형 직불제는 허용되는 보조이기 때문에 전체 보조금 규모가 현행 1조4900억원에서 줄어들더라도 영향이 없다. 이것 때문에 직불제 개편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부담 자체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WTO 농업협상이 재개되면 보조금 감축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익형 직불제”라고 말했다. 향후 농업협상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형 직불제가 사실상 답이라는 얘기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지난 8월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이 국제 통상의 농업 부문에서 지금처럼 개발도상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가지 조건 때문에 (개도국 지위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리나라의 개도국 유지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일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개도국 특혜는 향후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매우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경제와 연관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국내 제도를 글로벌 통상규범에 맞게 선제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정부는 개도국 포기여부를 다음달 홍 부총리 주재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 4개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개도국 지위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다음달 23일 마감 시한을 앞두고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나라가 잇달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