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슈켄트에 플라스틱 가드레일 생산공장 기공
- 소듐공장 인수 정밀실사 돌입…우즈벡 공략 강화
“지켜보십시오. 이곳이 중앙아시아, 러시아, 터키, 중동, 아프리카까지 잇는 생산의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 선배 기업인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첫발을 디뎠다면 카리스는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우즈벡의 경제발전 기여는 물론 일자리도 적극 창출하겠습니다.”
공장 한 켠에서 전한 다짐은 간결했지만 결의는 단호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우즈벡 수도 타슈켄트에서 유철 카리스 대표이사 회장은 조용한 어조와 짧은 연설로 공장 기공식 기념사를 전했다.
이날 플라스틱 가드레일 제조기업 카리스는 우즈벡 도로교통청과 합작을 통해 인수한 ‘카리스 트란스 율쿠릴리시’ 공장 리모델링의 첫 삽을 떴다. 공장 밖에는 새단장을 위한 장비가 담긴 컨테이너 4대가 줄줄이 들어왔다. 기공식에는 유 대표 외에도 라크마노프 베크조드 우즈베키스탄 대외투자무역부 한국 담당자 등 우즈벡 정부 인사들과 카리스 물류 자회사인 카리스국보의 하현 대표, 투자자문사 글램 파트너스의 이수빈 대표 등이 참석했다. 카리스의 사외이사로 합류한 LDJ캐피탈의 데이비드 드레이크 대표는 축전을 보내 “공장 착공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하며, 카리스의 고속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굉장히 흥미롭다“며 “카리스와 LDJ캐피탈이 함께 전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공식을 시작으로 카리스는 3개월 동안 3만평의 부지에 1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한다. 공장 내에서 살릴 구조는 구 소련 시절 설치됐으나 여전한 강도를 자랑하는 골조 뿐이다. 천장부터 내벽, 외벽 등 모든 외관은 새로 짓고, 생산설비를 200라인까지 들여놓을 예정이다. 내년 초 공장 설비가 모두 갖춰지고 나면 우즈벡 도로의 안전을 책임지는 플라스틱 가드레일이 탄생하게 된다.
카리스의 플라스틱 가드레일은 철제 가드레일 못잖은 강도에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관심이 높다. 철제 가드레일은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에게 큰 충격을 주지만, 플라스틱은 차량에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해준다. 철과 달리 부식이나 색 바램이 없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주문 형식에 따라 축광 성분을 넣어 만들면 가로등이 없어도 어두운 도로를 밝힐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1석 2조’의 효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가드레일에 자동차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무해물질로 변화시키는 광촉매 성분도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즈벡에서는 이미 대통령 전용도로에 카리스의 플라스틱 가드레일 총 80km 분량을 설치하기로 계약했다. 200km에 달하는 국도 분량도 수주했다.
카리스의 우즈벡 공략은 분야를 넘나들며 속도를 내면서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근 시멘트, 도료 등으로 영역을 넓힌 카리스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경제 성장의 첫 단계를 도로 인프라 확보로 꼽는 우즈베키스탄과 ‘합’이 맞는 구조다. 우즈베키스탄은 여름철 도로 위 온도가 50℃를 넘을 정도로 무더워 아스팔트는 엄두도 못내고, 시멘트 정도는 돼야 도로를 유지할 수 있다. 유 회장은 지난 21일 압둘라 아리포프 우즈벡 총리와 2시간여 동안 현지 사업에 관한 협력 사항을 논의했다.
유 회장이 총리와 면담하는 동안 카리스 임원과 삼덕 회계법인은 쿵그라드 소듐공장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공장은 우즈벡 내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파크스탄의 수도 누쿠스에서도 차로 2시간여 거리에 떨어진 곳으로, 60ha 부지에서 3기의 보일러를 가동하며 연간 20만t의 소듐을 생산해낸다.
유리와 타일의 재료인 소듐은 중앙아시아 내에서는 카라칼파크스탄과 우크라이나, 두 곳에서만 생산된다. 쿵그라드 공장은 220km 떨어진 자만사이 광산에서 석회암을, 60km 거리의 바르사켈메스 광산에서는 소금(암염)을 공수해 소듐을 만든다. 현재 우즈벡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쿵그라드 공장은 자만사이 광산을 150년, 바르사켈메스 광산을300년 이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쿵그라드의 소듐 생산량 중 절반(10만t)은 우즈벡에서 쓰이고, 나머지는 카자흐스탄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카리스는 쿵그라드 인수시 설비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량을 45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쿵그라드의 아바트 공장장은 “오는 2022년부터 우즈벡 내수 수요만 20만t에 달할 것”이라며 “쿵그라드 공장에서 연간 45만t까지 생산하려면 보일러 3기는 더 들여와야 한다”고 전했다.
카리스는 다음달 1일 본계약을 체결하려던 계획에 신중을 기해, 쿵그라드의 3년간 재무구조를 전면 점검하며 정밀 실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요 예상에 기댄 무리한 인수는 지양하고, 경영상 판단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취지다.
쿵그라드 공장을 인수한다 해도 설비 증설과 함께 물류 경쟁력 확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여기에는 최근 인수한 물류회사 국보(현 카리스국보)가 해답을 줄 수도 있다. 유 회장은 “카리스국보는 카리스가 진출한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등에 지점도 내고, 해상물류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 글로벌 물류 전문회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 전했다.
타슈켄트·누쿠스(우즈벡)=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