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재판장 선 김모(39) 씨, ‘살인에 고의 없었다’고 주장 -‘성범죄 전과’ 있는 김 씨, 고시원 이웃 찌르고 전자발찌 뜯고 도주 -피해자 유족들 “흉악한 범죄…김 씨 엄벌에 처해야” 눈물 호소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피고인은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 공소사실에 나온 것처럼 피해자에게 ‘칼을 맞고 싶냐’고 하지도 않았고, 살해 의도도 없었다. 살해하려고 했으면 가슴을 찌르지 왜 다른 곳을 찔렀겠냐…칼도 죽이려는 목적으로 산 게 아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 이게 맞습니까.”
13일 동부지법 401호 법정. 법정 중앙에 앉은 민철기 동부지법 12형사부 부장판사가 피고인 김모(39) 씨에게 물었다. 이에 변호인과 김 씨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재판장에는 김 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A 씨의 유족들이 자리했다. 각자 두손을 모으고 앉은 유족들은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시원에서 이웃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혐의(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의 1심 첫번째 공판이 서울 동부지법(형사 12부 민철기 부장판사)에서 열렸다. 재판은이날 오전 10시부터 10시 20분까지 약 20분간 진행됐다.
김 씨는 지난 4월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이웃 남성을 흉기(칼)로 찌른 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 A 씨는 흉기에 찔려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피고인 김 씨는 범행 당시 보호관찰 중이었다. 약 10년 전 성범죄를 저질러 10년간 복역한 후 2016년 만기출소했지만, 성범죄 전력으로 발목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범행을 저지른 김 씨는 이 전자발찌를 뜯고 도주했지만, 경찰이 지명수배를 내리자 경찰에 자수했다.
김 씨는 계속해서 “A 씨를 죽일 의도가 없었고,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장에 선 김 씨 측은 “스스로 자수를 했는데도, 이같은 부분이 공소사실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평소 피해자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겁만 주려고 했을 뿐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도 범행을 위해 구입한 것이 아니고 다른 목적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김 씨측은 성범죄를 저질러 안동교도소에 복역할 당시 작성된 김 씨의 ‘심신미약’ 소견이 의료기록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A 씨의 유족들에게 피고인 김 씨에 대한 처벌의사를 물었다. 의사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유족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자신을 A 씨의 아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재판부가 김 씨를 엄벌에 처해주시길 바란다”면서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하는데, 제가 김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냐”고 말했다. A 씨 측 다른 유족은 재판장을 나오면서 “A 씨는 평소에 성격이 평온하고 온순한 사람이라, 김 씨의 주장처럼 절대 남에게 시비를 걸만한 성격이 아니었다”면서 “보호관찰중인 사람이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이후 재판 진행에 필요한 증거들이 제출됐다. 경찰이 제출한 수사발생 보고서와 지명수배지, 범행현장 사진, 피를 흘린 피해자의 119 후송 보고서, 또 범행 현장에서 사용된 칼에 대한 설명서가 소개됐다. 김 씨가 범행 당시 사용한 칼에서는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됐고, 전체 길이 32cm에 칼날 길이만도 17cm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재판이 끝나고 구치소로 이동하기 전, 피해자 A 씨 유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김 씨의 인사를 외면했다.
김 씨의 다음 공판은 내달 11일 오전 11시 10분 동부지법 401호 법정에서 재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