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참여 여부를 놓고 귀추가 주목됐던 ‘구미형 일자리’사업에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사실상 결정했다.
중앙정부와 경상북도, 구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지역 결합 상생형 일자리 사업 참여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이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를 결정한 이후 두번째 모델이다.
LG화학의 이번 결정을 놓고 해당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LG화학의 ‘구미형 일자리’ 참여가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과거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구미시의 명성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 10여년 새 삼성ㆍLG 등 대기업들이 수도권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일자리 감소는 물론 지역경제 위축이 위험수위까지 도달했다는 위기감마저 감도는 실정이다. 실제로 구미시의 지난해 상반기 실업률은 5.2%로 경북도 최고 수준이다. 청년인구 감소도 심각해 최근 5년간 연 평균 1.7%의 하향곡선을 그리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의 투자가 구미시로서는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시장에서는 LG화학이 구미형 일자리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LG화학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을 위한 과감한 시설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지역이 왜 ‘구미’냐는 것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생산기지 투자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LG화학의 투자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선 LG화학이 해외에 투자하기로 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증설 계획을 취소하면서까지 구미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 정치권의 끊임없는 투자유치 러브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구미형 일자리 투자 제안 과정에서 경북도와 구미시 관계자들은 배터리 분야의 투자 규모와 시기를 확정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세금 감면, 부지 제공 등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확보 방안과 이를 위한 채용 지원, 사택 등 공장 건설에 따른 복지 관련 계획 등도 디테일하게 내놨다고 한다.
말 그대로 기업 투자를 위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지자체 뿐 아니라 구미 지역을 거점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이같은 당근책을 제시하는 사업 파트너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LG화학도 이같은 조건을 받아들고 계산기를 두드린 후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지자체의 파격적인 지원과 기업의 호응으로 성사된 ‘구미형 일자리’는 단순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로 보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3, 제4의 ‘OO형 일자리’를 넘어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치를 적극 유도해 일자리 가뭄 해소와 경기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일자리’의 전례로 삼아야 한다.
대ㆍ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말그대로 ‘엑소더스(exodusㆍ대탈출)’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내 대ㆍ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달러(약 55조5000억원)로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단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도 급증해 전년대비 31.5% 늘어난 100억 달러 고지를 처음으로 찍었다.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국내에 이뤄졌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떨쳐내기 힘든 대목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영리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국가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고용시장이 벼랑끝에 내몰려도 일단 기업 스스로의 이익이 없다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경제계와 경제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의 과감한 규제 철폐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전 한 전자제품 CF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광고 카피처럼 타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변화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하기 나름’이다.유재훈 산업섹션 재계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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