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이세돌에게 승리하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결이 인간의 패배로 끝난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5대 기술 중 하나인 AI는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직업군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날이 올 것이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AI 판사가 인간 판사보다 공정한 판결을 할 것이므로 AI 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2017년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AI 알고리즘 자료에 근거해 형사재판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하급법원 판결을 타당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법원 또한 2021년을 목표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AI 소송 도우미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해결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소송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송보다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당사자 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한 조정이 소송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법원이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는 소송과는 달리 조정은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유연한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 상대방과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얼마든지 좋은 합의안을 만들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조정은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각 사건마다 다른 당사자 간의 타협과 양보의 산물이므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조정제도 중에서도 특히 공정거래 관련 분쟁조정제도는 해외에서는 유사사례가 잘 없고 우리나라가 발전시킨 독특한 제도이다. 공정거래 관련 조정 사건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하면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조정원의 조사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주기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을 조율하고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는 일종의 감정노동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플랫폼, 빅데이터, 알고리즘, 블록체인, 5G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그 화려함의 이면에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조사와 제재를 통한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이 중요하고, 이미 세계 각국의 경쟁당국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규칙한 시장에서의 문제야말로 획일적 제재와 조치보다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해결책이 요구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조정제도는 4차 산업혁명에서의 분쟁해결 방식으로 그 가치가 발휘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이해와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동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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