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온 차량 안에서 딸 수첩 발견 -“○○야” 딸 이름 부르자 첫 반응 -가족여행 등 얘기하자 안정 되찾아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울산대교에서 투신을 기도하며 5시간이나 경찰과 대치한 모녀의 마음을 돌린 것은 무엇일까.
지난 7일 오후 울산대교 동구 방향 중간지점(높이 60m)에서 투신을 기도한 모녀를 설득한 울산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김유미 경장은 당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녀가 매우 불안한 상태여서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모녀가 서 있는 지점에서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한 김 경장은 앞서 현장에 도착해 모녀를 설득 중이던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손영석 경위와 함께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40)의 “힘들다”는 말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두 모녀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김 경장등은 말을 걸기도 쉽지 않았다.
바로 그때 또 다른 협상팀 요원 김치혁 경장이 모녀가 타온 차량에서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에는 이들 모녀와 아버지 등 가족 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곧바로 김유미 경장에게 전달됐다.
김유미 경장은 수첩 속 딸의 이름을 보고 조심스럽게 “00야”하고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지금껏 별다른 반응 없이 바다만 바라보던 중학생 딸이 약간 놀라는 듯하며 김유미 경장을 바라봤다.
엄마 역시 반응을 보였다.
김유미 경장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첩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시작했다.
모녀에게 가족여행을 갔던 추억 등을 이야기하는 사이 거리도 2m 이내로 가까워졌다.
김 경장은 “어버이날 가족들끼리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러 가야 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말했고, 이 말을 들은 딸이 우선 난간을 넘어 다시 울산대교 안쪽으로 들어왔다.
안전이 확보된 딸이 어머니에게 “엄마, 나 이제 괜찮다”고 말하자 어머니 역시 안정을 찾았고, 손 경위가 김 경장이 어머니를 부축해 안쪽으로 넘어 오게 해 5시간가까이 벌어졌던 위기 상황이 종료됐다.
김유미 경장은 “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분위기가 바뀌면서 대화의 물꼬가 텄다”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데 부모가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은것을 보고 살릴 수 있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녀가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녀는 생활고가 아닌 가정문제로 이날 투신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