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면세점 9월자로 철수…3년 간 1000억 적자 -시내면세점 서울에만 13개…출혈경쟁 심해져 -신규 사업자 진입완화에…업계 “시기상조”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한화그룹이 오는 9월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한다. 2015년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을 연 지 3년여 만이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과 시내면세점 난립으로 실적이 악화돼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누적 적자만 1000억원에 이른다. 한화그룹의 특허권 반납 결정에 대해 업계는 “예견된 사태”라는 반응이다.
서울 시내면세점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난 2014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 13개로 늘었다. 이와 함께 국내 면세점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지난 3월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은 1조835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 면세점 매출은 1조5820억원으로 전체 시내면세점의 86%를 차지한다.
문제는 커진 시장 규모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업계가 지난해 중국인 보따리상인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등에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1조3181억원에 이른다. 다이궁은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는 사업자다. 중국 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자 보따리상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면세업계는 다이궁에게 각종 할인 혜택, 송객 수수료 등을 퍼주며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시내면세점 추가 도입을 예고했다. 정부는 관광산업 촉진을 위해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해 신규 특허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관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규 면세점 특허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두 가지 요건 가운데 한 가지만 충족돼도 내줄 수 있다.
면세업계는 이런 기준이 다소 일차원적이라고 지적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의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서울(매출 3조6600억원 증가)과 제주도(매출 5800억원 증가)뿐인데, 정상적인 매출이 아니라 보따리상에 기댄 매출”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면세업계의 기형적 매출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신규 사업자만 늘리면 과당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대기업도 특허를 반납하는 상황에서 신규 특허를 내주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했다.
정부는 과거에도 면세점 특허를 남발해 빈축을 산적이 있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국내 30여 곳에 면세점 특허를 내줬다. 그러나 경기 불황과 출혈 경쟁으로 주요 업체들이 하나둘씩 철수했다. 한진그룹과 AK(애경)은 실적부진으로 각각 2003년, 2010년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다. 중소기업 4곳도 사업권을 포기했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말만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갤러리아면세점 철수로 정부가 신규 사업자 확대 계획을 보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모집을 앞두고 철수한만큼, 정부도 면세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관세청에 특허권 반납 의사를 전달한 상태로 관세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특허가 존속될 지, 소멸될 지는 관세청장의 결정에 따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이 시장상황을 검토해 재입찰을 진행할 지 해당 사업을 타 기업에서 인수하도록 할 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