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서 발표 -“새 세대가 그룹 혁신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 따른 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김재철<85ㆍ사진> 동원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온지 50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김재철 회장은 16일 경기 이천의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할 것”이라며 퇴진의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다. 창업 세대가 명예롭게 자진 퇴진하는 사례가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이같은 결단에 의미를 부여했다.

동원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랜 고민 끝에 퇴진 결단을 내렸다. 후배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에만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퇴진 이후 동원그룹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중심이 돼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독립 경영을 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기업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임직원에 주문했다.

그는 또 “오늘날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기업 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동원그룹은 1969년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사업을 시작해 수산ㆍ식품ㆍ패키징ㆍ물류 등 4대 사업을 축으로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 등 해외 네트워크까지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8년 기준 동원그룹 연 매출은 7조2000억원 수준이다.

신규 어장 개척과 첨단어법 도입 등으로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발돋움한 동원그룹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동원참치는 출시 이후 62억캔 넘게 팔리며 국민식품으로 자리잡았다. 동원그룹은 같은 해 증권업에도 진출해 현재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일궜다.

식품 분야에서 양반김, 양반죽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해갔다. 2000년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를 설립해 일반 식품은 물론 유가공,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동원그룹의 종합 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연포장재 및 각종 기능성 필름을 포함해 PET용기, 캔, 유리병, 알루미늄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도약했다. 동원그룹은 2016년 종합물류기업인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물류사업 본격 확대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