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만 만들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밥, 누룽지, 뻥튀기 등 생각나는 게 많지 않다. 쌀에 다른 것을 융합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엿기름과 융합하면 식혜가 되고, 누룩과 섞어서 시간이 지나면 막걸리가 된다. 쌀은 다양한 융합을 통해 떡, 과자, 소주 등 헤아릴 수 없이 변할 수 있다. 한라봉과 콜라비도 융합의 결과다. 한라봉은 청견과 밀감이, 콜라비는 순무와 양배추가 융합한 것이다. 융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지만, 융복합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무엇이든 융합하면 부가가치가 창출될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서로 달라야 한다. 이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제주 삼다수와 평창수를 섞어봐야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가 융합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막걸리의 경우 물이 고두밥과 누룩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만남을 가두어 놓을 수 있는 항아리라는 공간과 발효하는 동안의 시간도 필수다. 서로 다른 요소가 동일한 공간에서 만나 일정시간을 지내면서 결합돼야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 융합·활용에 있다. 양질의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활용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공개되고 있는 데이터는 많아졌으나 융합해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데이터를 융합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매개체가 필요하다. 시간과 공간(위치)이 그것이다. 데이터는 세상 어디에서, 어느 시점에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모든 데이터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가 표준화된 형태로 입력되면 융합이 일어난다. 같은 시간대에 발생한 사건이나 현상을 파악할 수 있고 인과관계 설명이 가능해진다. 위치 정보를 갖고 있는 모든 정보는 지도 위에 표현할 수 있다.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 기기들은 사진이나 트윗 등 생산되는 정보에 시간과 위치를 자동으로 입력한다. GPS를 켠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지도위 찍은 위치에 바로 올라간다. 데이터 생산과 동시에 바로 융합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가 생산하는 데이터를 융합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가공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진 않다. 최소한 시간정보와 위치정보라도 표준화된 형태인 타임스탬프(Timestamp)와 지오태그(Geotag)로 입력할 수 있도록 제도할 필요가 있다.
스티브잡스가 위대한 것은 융합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협업하게 만들어 세상에 없었던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융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창의적이고,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배우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똑같은 기준에 맞춰 경쟁시키는 현재의 교육체계는 ‘다름’을 키워주고 ‘협업’할 수 있는 교육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가 융합된다 하더라도 창의성이 없고, 협업을 하지 못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종 국토연구원 국토지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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