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자산 운용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교수·靑 비서관·기초단체장 등 다양한 경험… “민주적 경영이 수익률로 연결” 수평적 리더십 강조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수익이죠. 하지만, 어디에 어떤 철학으로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투자의 결과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고 국민행복으로 이어져야겠죠”
회원수 80만명. 운용 자산 26조원. 교직원공제회는 자본시장에 가장 큰 자산을 운용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차성수 이사장은 불과 열달 전만해도 서울 금천구청장이었다. 언뜻 ‘교육’과는 멀어 보인다. 수익률이 중요한 기관에서 ‘행복’ 운운하는 것도 낯설다. 하지만 그의 인생 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교육’과 ‘행복’이다.
대학시절 서울 구로공단 노동자 등과 함께 시흥야학을 열었다. 공직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금천구청장 시절에는 ‘공교육 정상화’를 전면에 내걸고 금천구를 서울 원조 ‘혁신교육지구’로 변모시켰다.
“결국,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을 바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고, 어느 자리에 있든 최대한 교육의 가치가 퍼지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바꾸려면 수평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게 차 이사장의 생각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청와대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노 전 대통령이 고집스러울 것이란 세간의 평가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 분처럼 개방적이고 유연한 리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과감하고 고집스레 밀고 나가시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건 수평적 분위기 속에 충분히 논의를 거치고 결정된 사안에 한해서였죠.”
공제회 경영에도 ‘수평적 관계’를 반영했다. 교직원공제회 건물 내엔 직원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 나눌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세면대까지 복도에 개방돼 설치돼 있을 정도다.
“일하는 공간에서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상호존중, 다양성 등 민주적인 요소가 조직문화 곳곳에 깃들도록 하려 합니다. 결국 민주적 경영이 수익률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우수한 운용성과 역시 ‘민주’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자산운용 과정에서 투자 대상별 비중을 결정할 때, 단순히 상급자의 판단에 따르기보다는 기금운용본부 직원과의 수평적 회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에도 비교적 수익을 낼 수 있었던 토대가 됐죠. 직장 안팎에서 어떤 외압도 받지 않고 ‘1/n’로 의사를 반영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에서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에서 워낙 ‘큰손’인 만큼 공제회가 자금유치가 필요한 자산운용사에게 자칫 ‘갑’이 될 위험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소위 ‘갑질’은 이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는게 그의 확고한 방침이다.
“공제회 회원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잘 운용해주는게 자산운용사죠. 오히려 공제회가 감사해야 할 대상이죠. 평소 직원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라고 주문합니다”
오히려 갈수록 능력 있는 자산운용사가 각광받는 시대라는 게 차 이사장의 판단이다.
“돈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그 자금을 굴려주는 사람과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결과적으로 회원과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처음으로 ‘파트너스 데이’도 개최했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위탁운용사 관계자를 초청, 감사패를 수여하고 운용사의 고충을 듣는 자리다. 그렇다고 차 이사장이 수익률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수익의 과정도 중요시 한다. 이른바 ‘사회적 책임투자’다.
“공제회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이 성장 씨앗을 심고, 나아가 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어야겠죠”
교직원공제회는 내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 및 벤처캐피탈(VC)를 대상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계획을 공고할 계획이다.
차 이사장에게 임기 내 목표를 물었다. 차 이사장은 곧바로 “국민행복”이라 답했다. 당장의 수익률에만 눈길을 두지 않고 국민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관이 되겠다는 목표다.
“(노후준비를 하는데) 중하위 50%는 국가가 지원하고, 상위 10%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지만, 중간에 자리한 40%는 어떻게 되죠? 각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금에 가입했을 40%의 국민은 그간 부었던 연금이자를 토대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삶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도 공제회와 같은 준(準) 공적기관이 나서야 합니다.”
차 이사장은 이른바 한국판 ‘롱스테이’를 검토중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직후 해외체류자 지원기관인 롱스테이재단이 설립됐다. 저렴하고 기간이 짧은 해외 단체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장기 투숙하며 노후를 즐기고픈 고령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취지다. 공제회는 현재 투숙률이 높지 않은 콘도 등 시설을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장기로 제공할 수 있는 공적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최준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