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품목 집중도 137.2…주요국 평균치의 두배 - 반도체 25년간 수출비중 1위…작년엔 20% 돌파 - 반도체 수출 ‘-10%’땐 생산유발액 20조ㆍ고용 5만명 손실 - 신성장동력 발굴 실패…산업구조조정ㆍ수출품목 다변화 절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한국 경제의 수출품목 집중도가 해외 주요 수출국 평균치에 비해 두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6000억달러(약 680조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대기업 일부 품목에 편중되면서 한국 경제의 뿌리인 제조업 체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주도 성장엔진을 내수주도로 바꾸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쳤지만 경제는 역주행하고 있다. 치솟는 실업률(올 2월 4.7%)과 가계부채 증가(작년 가구당 7770만원)로 내수는 갈수록 움츠러드는 양상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을 떠받들고 있는 반도체의 경기하락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드리운 암운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진 후폭풍으로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생산유발액이 최대 20조원, 고용은 5만명 손실을 볼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수출 편중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품목 집중도는 지난해 137.2를 기록했다.

10대 수출국(홍콩 제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이들 수출국의 평균치(77.9)보다도 1.8배 높다.

수출 품목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수출 품목 집중도’는 프랑스가 50.2로 가장 낮았고 이어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영국, 독일, 중국, 일본 순이었다. 집중도가 100을 넘은 곳은 한국, 중국(112.7), 일본(118.1) 등 아시아 국가들이었다.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2011년 102.6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 상승해 20여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20여년 이상 선두권을 유지해온 반도체 기술 우위를 들 수 있지만, 다른 주력 제조업의 부진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실패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보고서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앞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작년대비 -3.3%로 낮췄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경우 -14.2% 역성장을 예상했다.

한경연 보고서는 WSTS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올해 1, 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격감한 사실을 볼 때 WSTS의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최대 20조원 이상의 생산유발액 감소와 5만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반도체는 지난 25년간 한국 최대 수출품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의 쏠림현상은 2010년대 특히 두드러졌다. 2016년 12.56%였던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17년 17.07%, 지난해 20.94%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수출 1위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4%를 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10대 수출품목 구성에 큰 변화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2000년대들어 한국의 10대 수출품목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1990년대와 비교하면 의류ㆍ섬유관련 수출품이 빠진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이 여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출현이 부진해 산업구조의 노쇠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수출 품목 집중은 수출 감소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후발국가와 격차가 거의 없는 주력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과 불필요한 각종 규제 및 제도에 대한 개선이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경기진폭이 큰 반도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해 급격한 경기하락의 위험에 상당히 노출된 구조”라며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연장 등 구조조정 지원 제도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노동경직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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