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1·2차 벤더간 전속거래·직서열 생산방식 따른 문제 이익은 원청·부담은 하청몫…“채무불이행 민사를 형사처벌 과해” 지적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경영난에 따른 하청업체의 납품 중단이 잇따라 공갈죄로 처벌받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자동차 공조장치용 쿨링팬을 생산하는 대진유니텍은 한 완성차업체의 2차 협력사다. 1차 협력사 한온시스템에 납품하고 있었다. 대진유니텍은 1차 협력사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대전고법 판결문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한온시스템이 대진유니텍에 거래관계상 우월한 지위에 있으며 납품대금을 일방적으로 차감하고, 금형이나 제품의 품질을 구실로 면박을 주고, 굴욕적인 문구가 들어간 확약서를 징구하는 한편 요구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응하지 않는 경우 수개월간 거래를 끊어버리기도 하는 등 비난가능성이 높은 속칭 ‘갑질’을 일삼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분노로 인하여 촉발된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정작 1심에서 징역 9년을, 감형되긴 했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사람은 대진유니텍 대표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전속협력업체가 경영난에 못이겨 납품을 중단하면 공갈죄에 해당된다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전속거래·직서열 생산방식으로 인한 이득은 원청과 1차 협력업체가, 부담은 2·3차 하청업체가 지는 구조 탓이다.

2·3차 협력업체가 원청의 부당한 납품대금 인하요구로 인해 부도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은 다른 사건 판결문에서도 확인된다. 24년간 1차 협력사 서연이화에 납품하던 태광공업은 발주처의 단가인하 압력을 견디지 못했다.

대구지법은 “(자동차업계의)직서열 방식의 생산시스템 하에서 태광과 같은 협력업체는 종속적·수직적 관계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고, 물량 및 단가, 계약기간, 이익률 등과 같은 계약조건에 대해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태광이 재정적으로 궁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 데에는, 위와 같은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낮은 납품단가로 인한 영업수익 구조를 타개하기 위하여 수차례에 걸쳐 납품단가 인상 및 자금지원 요청을 해 왔고, 2017년 4월 부도 위기에서 자금지원 요청이 최종 거절되자 결국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태광이 경영난 끝에 부품납품을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선 공갈혐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더욱 큰 문제는 세계적인 자동차산업 불황으로 인해 경영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한계상황에 몰린 2·3차 협력사 모두에게 ‘공갈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진유니텍과 태광공업 외에 진서테크, 지아이에스, 태진정밀공업, 두성테크, 프리마오토, 남양테크, 서진케미칼 등의 2·3차 협력사들이 재판에서 공갈죄 유죄를 판결받았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체계 문제점을 지적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동차산업에서 문제가 된 2·3차 협력사들의 납품거부는 근본적으로 1차 협력사와 2차 이하 협력사 간에 체결된 민사계약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이라는 민사적 사안에 불과하다”며 “계약의 불이행에 해서는 민사법규에 의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거나 발생한 손해에 한 배상청구가 가능한데 국가가 과하게 형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3차 협력사는 손해를 보고서라도 부품공급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납품을 중단한 뒤 감옥에 가야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현재 공갈죄 처벌은 2·3차 협력사가 요구하는 사업 인수금액이 과도하다는 게 전제조건인데, 원청의 기존 불공정행위가 확인되면 공갈죄 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전속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책임을 묻는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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