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채권자 관점에서 본 주주행동주의’ 리포트 발간
-“단기적 투자 수익률 극대화 추구시 신용도에 부정적”
-“행동주의투자자, 철저한 이해상충 관리 + 균형된 시각 필요”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민연금이 기금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등, 해외 헤지펀드를 통해서만 접했던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확산될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ㆍ한진칼의 지분을 대량 확보해 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의 채권자 입장에서는 주주행동주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채권자 관점에서 본 주주행동주의’라는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해외에서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해당 기업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과거 사례를 소개했다.
우선 경영진을 교체한 사례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의 영업적, 기업문화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이 필요하다며 이사회 구성 변경을 제안했다. 수개월의 공방 끝에 소더비는 이사회를 증원해 서드포인트가 추천한 3인을 선임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와 같은 결정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경영진 교체 이후 현금 배당이나 한도대출 확대 추세 등, 주주친화적인 재무정책을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캠페인에 의해 사업부가 분할된 것 역시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서드포인트는 미국 제조회사 허니웰(Honeywell)에 사업포트폴리오 간소화를 요구했다. 이에 허니웰은 서드포인트가 분할을 제안한 항공우주 부문 대신, 그 절반 규모인 터보과급기 및 홈시스템 사업 분할을 결정했다. 당시 무디스는 사업부 분할로 인한 현금흐름 축소, 유입된 자금이 인수합병(M&A)과 주주환원에 소요될 가능성 등을 들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발표했다. 사업부 분할 이후 신용등급 변동은 없었으나, 주주친화적인 재무정책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였다.
애플 역시 행동주의 캠패인에 따른 이후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들었다. 애플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n)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12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매년 45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는 해당 프로그램의 골자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애플의 사업경쟁력이 최상위 수준이었고 재무적으로도 안정됐음에도 불구, 지난 2013년 4월 최초 평가 당시 무디스가 애플에 Aaa를 부여하지 않은 주요 원인이 되며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신용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스타보드(Starboard)는 외식사업자 다든(Darden)이 소유한 레스토랑 부동산 430개를 리츠(REITS)에 편입한 뒤, 75개의 부동산에 대해 매각 후 임차 거래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약 15억달러(약 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차입금을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 감축했는데, 이에 무디스는 다든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으로 조정했다.
결국 주주권 강화는 신용도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한신평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자산매각 등을 통해 단기적인 투자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할 경우에는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균형 잡힌 재무정책을 유지하는 경우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에서 살펴볼 수 있는 주요 테마별로 나눠 분석해보면, 우선 지배구조 개선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경영 정보의 투명성, 이사회의 독립성 등이 제고되면 신용도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강화된 이후 채권자의 이익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적, 재무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지 여부가 더욱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유휴부지 매각 및 사업부문 분할상장은 신용도 개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항공의 현재 레버리지 수준(2018년 9월 말 순차입금 12조8000억원, 5년 평균 EBITDA 2조4000억원)을 감안할 때, KCGI 제안서 상의 유휴부지 매각 및 항공우주 부문 분할상장만으로 큰 폭의 재무안정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가시화하고 있는 투자부담 축소, 영업현금창출력 확대 등 효과가 나타날 경우 신용도가 개선될 수 있다. 이밖에 ▷정비비 절감 ▷유가 및 환율 변동성에 대한 노출 축소 ▷전 노선 흑자 전환 등이 실현될 경우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계획 자체보다는 성공 여부와 개선폭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한신평은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행동주의가 향후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단기 수익률 극대화를 주된 목표로 할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발전을 추구할지 등 향후 발전 양상이 주목된다”며 “경영참여 형태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시 입장 조율, 표 대결, 법적 공방 등으로 인해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되거나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철저한 이해상충 관리와 균형된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