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 ‘아시아의 호랑이’ ‘4연속 올림픽 톱10’….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스포츠를 상징해왔고, 또 지향해왔던 표현들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오늘날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나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의 스포츠위상 또한 ‘가진 여건’보다 훨씬 높은 곳에 올라섰다.
최근 개봉한 영화의 주인공 엄복동이나 손기정 처럼 일본의 압제에 신음하던 백성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겨준 것도, 풀 한포기 안자라는 불모지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김연아 박태환 여자핸드볼도 한국스포츠가 자랑하는 기적이다. 비인기종목이란 설움 속에서도 큰 대회만 되면 괴력을 발휘해온 많은 아마종목의 영웅들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의 마력이란 이런 것이다. 그들의 승리와 금메달이 고맙고 대견한 것은 자명하다.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위해 수년간 모든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고 피땀을 흘려온 선수들이 얻어낸 결실은 누가 뭐래도 존중받아야한다.
하지만 ‘금메달의 그늘’, 그 속내를 우리는 제대로 몰랐다. 아니, 그런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를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 금메달을 따려는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며….
잇단 성폭력 사건, 비리와 석연찮은 선발 등으로 얼룩진 한국스포츠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지난 26일 문체부가 발표한 국내 5대 프로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여자선수 37%가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 경기를 뛰기 위해, 승리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무서운 일들을 견뎌온 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우리가 1등에 환호하는 동안, 학원스포츠부터 아마추어와 프로까지 ‘1등기계’를 강요하는 ‘끔찍한 공장’이 되어왔고, 그 과정에서 다치고 꺾인 수많은 선수들은 구제는 커녕, 제대로 된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 문체부나, 체육회, 일선 지도자들은 더 이상 잘못된 과거를 답습하거나, 방치해서는 안된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메스를 대야한다. 바닥부터 투명하고 건강한 스포츠계로 다시 태어나게할 해법이 절실하다.
김성진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