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김정은 약속 거론 압박ㆍ경제적 보상 확인 -美, 北 WMD 동결 의제화 시사…‘스몰딜’ 가능성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한을 상대로 어르고 달래기를 계속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는 장관급과 실무선에서 사전 정지작업을 모두 마치고 정상 간 만남에서는 최종적으로 도장만 찍는 통상적인 정상회담과 다른 양상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말 그대로 ‘담판’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미 백악관은 21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를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노이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앞서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밝힌대로 김 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약속했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이다. 북미가 하노이 현지에서 막바지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김 위원장의 약속을 거론해가며 북한의 비핵화을 압박한 셈이다. 동시에 백악관은 “미국과 파트너들은 대북투자 유치와 인프라 개선, 식량안보 증진과 그 이상의 방안을 탐색해볼 준비가 돼있다”며 북한의 결단시 경제보상이라는 ‘선물 보따리’가 준비돼있음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도 대북 채찍과 당근을 잇달아 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미협상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확신할 수 있는 단계까지 대북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압박도 잊지 않았다. 북미협상에 정통한 미 정부 고위당국자 역시 같은 날 전화브리핑에서 “우리는 매우 신속하고 큼직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비핵화 과정의 핵심동인으로서 점진적 조치를 원하는 게 아니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북한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지점에 있고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할 모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말해 비핵화 대가 제공 방침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 같은 스탠스에는 미 조야에 북한 비핵화 의지와 북미대화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도출해야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쉽지 않은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조만간 발표될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 결과 등으로 국내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형편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반전카드’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한미 외교가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핵담판에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핵프로그램 동결이나 핵ㆍ탄도미사일 실험 중단 수준에 그치고 북한에 과한 선물을 안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미 고위당국자는 북미 실무협상 의제와 관련해 지난달 비건 대표의 강연을 언급한 뒤 “비건 대표는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인식 증진,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로드맵 작성 노력을 말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WMD 동결은 비건 대표 강연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미국이 골대를 낮춘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우리는 단지 핵ㆍ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스몰딜’로 매듭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크게 잃을 게 없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위협이 달라지지 않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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