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 비중 1992년 69.78% → 2018년 59.77% 여성ㆍ고령자, 노동시장에 남도록 유도…기업혁신 주문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26년째 감소하고 있다. 일본은 인구가 줄고 버블이 붕괴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 동안 경제가 정체하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최근에 일본 정부의 필사적인 경기진작책과 노동력 확충 방안 등에 힘입어 1%대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층 다양화와 기업 혁신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일본 전체인구 중에서 생산가능인구(15세~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06%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일본 총무성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밑도는 59.7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992년 69.78%에서 정점을 찍은 일본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6년째 감소하고 있다. 2017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든 한국이 72%대를 기록 중인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인구감소 시기는 버블 붕괴와 맞물려 일본에 ‘잃어버린 20년’을 가져왔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92년부터 현재까지 0~1%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때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결국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년 이상 동안 5조 달러 내외에 멈춰있다. 인구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가 성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충격을 느낀 일본 정부는 노동인구 다양화에 집중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정년 연령이 65세 미만인 기업은 ‘정년제 폐지’와 ‘65세까지 정년 연장’, ‘계속 고용제도 도입’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급여는 줄어들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잠자던 여성인력을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위미노믹스’ 프로그램도 시행됐다. 육아로 경력단절된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과 보육시설 공급, 남성 육아휴직 제고 등에 힘썼다. 이 밖에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취업 문호를 열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 결과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2000년대 40% 수준에 머물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2017년 50.42%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생산가능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2003년 72%대에서 2017년 77.14%로 올랐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일본은 저출산 문제 대응보다 고령화 노동력 확보에 더 힘썼다”며 “하지만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 인구 확보 정책은 패착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은 현재 합계출산율이 1.47명까지 오르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지나치게 높은 사회보장부담 비율 등 사회 문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장동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일본은 고령,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과 소비 시장 참여를 유도해 시장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제조업 동력”이라며 “일본의 제조업 경우 대체할 수 없는 원천기술을 통해서도 경제 펀더멘털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기업은 인구구조 변화에 맞는 혁신에도 신경 썼다. 이른바 ‘시니어 시프트’ 전략이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은퇴 시점인 2007년 이후 소비 중심이 중ㆍ고령 세대로 옮겨갔다. 일본 기업들도 비즈니스의 주요 타겟층을 점차 높이고 있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수요 타겟층을 시니어로 보고 많은 노력 중이다”며 “가장 단적인 사례가 제품 설명서와 마트 가격표의 글자 크기 확대이다”고 설명했다.
노동인구 확대와 함께 기업 혁신이 성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 교수도 저서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를 통해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것은 인구가 아니라 노동생산성 성장”이라며 “생산성 상승을 일으키는 최대 요인은 기업의 이노베이션이고, 초고령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영태 교수도 “인구구조는 바뀌는데 사회제도, 기업전략이 변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침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인구 구조에 따라 제품 라인업 변화를 고민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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