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61. 금주의 가수는 사뮈입니다.
■ 100m 앞, 앨범을 거듭할 때마다 짙어지는 사뮈사뮈는 2016년 12월 첫 번째 미니앨범 ‘새벽 지나면 아침’으로 데뷔했다. 전곡을 본인이 만들고 편곡했다. 강렬한 음악으로 인사를 건넨 사뮈는 싱글 ‘춘몽’(2017)으로 본격적인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는 선공개곡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내고 인지도를 높였으며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10월 두 번째 미니앨범 ‘마음은 언제나 여러 개가 있지’를 냈다. 이 앨범은 보다 사뮈의 생각이 잘 묻어나는 작품으로 앞으로의 사뮈를 기대케 한다.■ 70m 앞, 대표곡 ‘춘몽’사뮈는 봄이라면 응당 나오는 곡들의 판도를 뒤집었다. 그는 앨범 소개글을 통해 따뜻하고 즐거운 노래로 가득 찬 이 계절, 무작정 그 노래들을 들이며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춘몽’ 이전 트랙 제목도 ‘밤이 오겠지’다. 나른하지만 어느 정도 짙은 톤을 지닌 기타리프와 무기력하게 내뱉는 보컬은 아픈 봄날, 낮잠을 자고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을 잘 표현한다. 사뮈의 시선을 대중적으로 잘 풀어내서인지 리스너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 40m 앞, 사뮈의 염세주의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심지어 나 자신마저도 스스로를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자의로 인해서든 타의로 인해서든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보이는 모습이 판이하게 다를 때, 사실 이런 모습도 있다고 살짝 귀띔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내 마음이 자꾸 여러 개일 때, 이 생각은 극대화된다. ‘진짜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에 내릴 답은 너무도 어렵다. 그저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는 게 마음 편한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사뮈의 음악은 그래서 마음이 간다. 그의 전반적인 목소리에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관망하는 염세주의가 깃들어 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어쩌면 내일도 아무 일도/없을 수도 있구요”(‘우리의 시간이 같은 시간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빠르게 지나가는 기차는/내가 여기 있는지도 모르고/멍하니 바라보네 어디까지/갈는지 궁금하지만”(‘새벽 지나면 아침’) “나의 조바심은 극에 극에 다다랐는데/무력감에 나는 결국 무릎을 꿇나”(‘버닝’) 등 가사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재미있는 점은 사뮈가 느끼는 좌절감과 우울의 같은 선상에는 희망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희망이 없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발견하지 못했거나 발견하지 않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러니 희망을 향해 달려 나아가지는 않되 깊은 절망에 빠져 삐뚤어지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던지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무심하게, 속으로는 치열하게 응시하는 사뮈다.이런 사뮈의 속내는 ‘마음은 언제나 여러 개가 있지’라는 트랙에 보다 직접적으로 담겨 있다. 여기에서 사뮈는 자신의 까만 마음을 부정한다. 절대 보여줄 수 없다며 상대에게도 모른 체 해달라고, 진심이라고 반복해 말한다. 하지만 끝에서는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심을 다하겠다며 ‘진짜 진심’을 드러낸다. 사뮈의 목소리가 지닌 공명이 때로는 울부짖듯 들리는 것도 착각이 아니다. 단순하고도 어지러운 그의 속내가 마음을 후벼판다.
■ 드디어 사뮈, “좀 더 건강한 마음을 지닐 수 있기를”▲ 목소리가 정말 신선하다고 생각해요.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허스키한 목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굵기만 한 저음도 아니고요.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본인의 목소리와 창법은 어떤 전달력을 가진다고 생각하나요“남들과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조금은 다르게 들리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어찌 됐건 특이하다면 특이할 내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하죠. 사실노래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창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드는데 만약 내가 어떤 뮤지션의 곡을 처음 듣는다고 생각했을 때에 ‘어떻게 불렀다면 더 좋게 느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나라도 만족이 돼야 적어도 떳떳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각각의 감정에 따라 힘을 빼고 부르기도 하고, 격한 감정일 때는 목을 긁기도 하고요. 결국에 내 이야기를 직접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에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사뮈의 노래는 희망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 닿지 않는 공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해요. 사뮈의 음악을 관통하는 시선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상반되는 감정들이 공존할 때가 있어요. 이전의 나는 언제나 하나의 마음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지 못한 나를 볼 때마다 그런 마음들이 모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모순적인 마음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자괴감이 들곤 했고요. 이제야 모순적인 마음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순적인 것들 중에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것들도 존재하지만요. 그런 모순적인, 상반된 감정들이 공존하는 때엔 참 많은 생각들이 오가거든요. 그런 무수한 감정들이 최대한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게끔 노력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가사들이 순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 스스로가 지닌 어둠과 외면하고 싶은 마음, 이 치열한 다툼을 드러내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생각을 정립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고요. 지금의 사뮈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무엇인가요“군 복무를 하고 있던 2015년에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어요. 원래는 ‘다브다’라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었는데 그때부터 내 노래를 좋아해 주고 내가 노래하길 바랐던 친구였어요. 나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었던 나에게 가장 열렬한 응원해주던 친구였죠. 그 친구를 떠나보내고 나니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명확하게 들었어요. 그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생각이 너무 많다보면 머릿속이 너무 엉킬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음악 작업을 하다가 막히거나 자신만의 환기가 필요할 때 무엇을 하는 편인가요“일단 음악 작업을 하다 막히면 미련 없이 작업을 중단하고요. 그리고는 친구들을 만나서 커피를 마시던 술을 마시던, 작업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며 그냥 수다를 떠는 편인 것 같아요. 아니면 좋아하는 축구 게임을 하기도 해요. 그러면서 아예 그 작업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요. 그러다 보면 다시 그 작업이 하고 싶어져요. 그러면 다시 작업을 합니다”▲ 데뷔한지 꼬박 2년이 지났어요. 사뮈에게 올해는 어땠나요? 또 내년은 어떤 해가 됐으면 좋겠나요“올해는 두 번째 미니앨범이 나온 해였고, 이전보다 제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앨범이 작년부터 준비했던 앨범이니까, 이번 앨범을 위한 해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내년에는 올해보단 좀 더 즐거운 날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요. 예를 들자면 같은 일을 경험할 때도 그것이 좀 더 즐거울 수가 있고 즐겁지 않을 수가 있는데, 그것은 그 일이 정말 즐거운지 즐겁지 않은 지를 떠나서 나의 현재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마주할 때, 나의 상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자주 들어요. 결국에 좀 더 즐거운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나의 상태가 좀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좀 더 건강한 마음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조금은 덜 힘들고, 힘들더라도 좀 더 건강하게 힘들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올해보다 즐거운 2019년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