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등 제3자 손해에는 재산보험으론 보장 부족 보험사도 위험물건 꺼려 “기업 내부 충당금 필요”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KT 화재 사고를 계기로 기업들이 아직도 공장이나 건물 등 주요 생산시설의 피해에 보험으로 대비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권 역시 보상 산정액이 크면 위험부담 등을 이유로 보험 인수를 꺼리고 있다. 대형사고에 대해 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보험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자체 충당금 등으로 대비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28일 보험권에 따르면, KT는 이번 아현지사 화재 사고와 같은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재산종합보험을 가입했다. 하지만 피해액의 극히 일부만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KT가 가입한 재산보험은 약관상 재물 보상은 건물 69억원, 장비 5000만원 한도다. 화재로 인한 재물 관련 추정 손해액이 4억원에 불과해 보험 담보 범위(coverage) 내에서 피해 보상이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는 배상 책임 부분이다. 배상책임은 사고에 대해 제3자의 손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KT가 가입한 재산보험의 배상책임 최고 한도액은 100억원이다. 천재지변이나 고의 방화일 경우 면책 대상이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원인 규명과 관계없이 모든 제3자의 손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받기 어렵다.
KT가 통신장애에 따른 불편함을 겪은 고객을 대상으로 1개월의 사용료를 감면하기로 했는데, 이 규모만 317억원이다. 보험금 최고 한도액을 다 받더라도 200억원 이상 KT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카드사에 KT 사고에 따른 가맹점 피해 상황을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확인 후 배상을 하려는 취지에서다. 이 역시 화재 당시 카드결제가 없었던 것이 통신 장애로 인한 것인지, 해당 가맹점이 영업을 안해서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KT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간접 피해는 더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직접 피해보다 입증이 더 어려운데다 보험사들도 간접 피해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며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4년 3월 SK텔레콤 통신장애로 손해를 본 대리기사 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간접 피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기도 했다.
보상 산정액이 큰 보험 물건은 인수를 꺼리는 보험사의 경영행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기업에 예상치 못한 피해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보험상품의 배상한도가 피해를 모두 담보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KT가 가입한 배상책임 최고액도 100억원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DB손보 등 8개사가 나누어서 인수했다. 이중 20~30%는 재보험사에 재출재했다. 만약 이번 화재로 보상 최고액인 100억원 지급이 결정돼도 지분이 가장 많은 DB손보(25%)의 지급액은 17억원 내외다.
보험권 관계자는 “기업에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험이 제 역할을 하려면 기업들이 보상 한도를 높여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라며 “보험권 역시 자체 리스크 관리 능력 강화 및 다양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등으로 역량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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