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1980~90년대 대학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늦봄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의 한 구절이다.
평양행 기차표까지는 아직 먼 얘기지만 남북 철도 연결은 눈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이 남북의 북한 현지 철도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하면서다.
물 건너가는 것처럼 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연내 동ㆍ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도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고무된 기색이 역력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유엔 안보리 제재 면제 인정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상력을 활짝 열어야 하며 과거의 틀에 우리의 미래를 가두지 않아야 한다”면서 “멀리 도모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며 “요녕ㆍ길림ㆍ흑룡강의 동북 3성은 지금 중국 땅이지만 장차 한반도와 바다로, 하늘로, 그리고 마침내 육지로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한 만주와 대륙 진출에 대한 청사진까지 언급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글귀가 압축적으로 보여주듯이 남북 철도 연결은 분단의 상징이자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는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도 좁게는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 그리고 넓게는 한반도종단철도(TKR) 구축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 등과의 연계를 통한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서의 한반도라는 비전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남북 철도공동조사가 사실상 미국의 반대 때문에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 무산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무된 청와대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특히 미국의 제재 예외 인정은 북미대화 교착 상태에서 대북 유화제스처이자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의 선순환이라는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대한 동의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냥 희망만 부풀리기에는 찜찜함이 남는다. 남북은 이미 지난 2007년 5월17일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연결하고 시험운행까지 가진 바 있다.
당시 취재차 금강산청년역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라는 붉은색 동판이 달린 북한 측 열차를 타고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까지 내려왔던 기억도 새롭다.
그러나 각각 56년, 57년만에 열린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운행은 일회성에 그쳤고, 그나마 이따금 개성공단 화물을 싣고 오가던 경의선 열차는 이듬해 북한의 12ㆍ1 조치에 따라 중단되고 말았다.
민족적 경사가 될 남북 철도 연결에 김을 뺄 생각은 없다. 다만 설익은 밥 솥뚜껑 소리 요란하다고 분단을 넘어 화해와 협력으로 가야할 남북 철도 연결이 또다시 이벤트성에 그칠까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10년 전 남북 철도를 가로막았던 북핵문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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