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예술로서의 디자인과 미래 미술관 -“현대 디자인 순수 미술의 독점적 지위 허물어”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 “21세기의 미술관은 혁신의 장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값비싼 작품을 담은 곳이 아닌 도시와 공동체, 국가의 지식을 담는 곳이어야 하죠.”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52)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2018’에서 ‘순수예술로서의 디자인과 미래의 미술관’이란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마리 관장은 “21세기의 미술관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장”이라며 “현대의 미술관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미술관은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엔 디자인이 자리한다.

스페인 출신인 마리 관장은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철학과 교육학을 전공했다. 네덜란드 비테 데 비트(Witte de With) 현대미술센터 디렉터를 거쳐,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에 임명된 그는 오는 12월 3년 차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날 마리 관장은 디자인을 날씨에 비유해 설명했다. “디자인은 날씨처럼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우리 곁에 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디자인과 미술은 서로 경쟁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관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순수 미술이냐고 묻는다면 서구에서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변화는 크다. 마리 관장은 현대의 디자인이 순수 미술의 독점적인 위상을 허물고 있다고 봤다.

마리 관장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많은 미술관이 디자인 부서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디자인이 순수 미술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디자인의 시작은 건축이라 할 수 있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건축과 많은 연관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 등 일련의 전시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디자인과 건축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마리 관장은 “한국은 디자인적으로 매우 좋은 재료를 가진 나라”라며 “역사와 예술, 문화 등 한국만의 고유한 디자인 소재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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